⑪ 인간은 선하게 태어났는가
⑫ 진리란 무엇인가?⑬ 인문학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개별 현상에 대한 앎의 차원에서 벗어나 변하지 않는 삶의 원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진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인간의 역사 가운데 끊임없는 논쟁의 대상이 되어온 화두이며, 그러한 논쟁 자체로부터 인간이 지닌 사유의 지평은 더욱 확장되어져왔다고 할 수 있다.
진리에 대한 대표적인 이론으로 ‘대응설’과 ‘정합설’이 있다. 대응설에서는 사고와 존재가 합치될 때 진리로 받아들여진다. 진리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기준은 하나의 진술이 사실에 정확히 대응하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반면 정합설에서 진리는 여러 명제 사이의 일관성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어떤 판단이 기존의 판단체계와 어긋나지 않고 잘 부합된다면 그 판단은 참이고, 그렇지 못하면 거짓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밖에도 진리는 각 사람에게 그렇다고 생각되는 것이라고 보는 상대주의 입장, 진리 판별의 기준을 지식의 유효성에 두는 실용주의적 관점 등 진리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대학은 ‘진리의 요람’이라는 말이 대변해주듯, 지성을 지닌 개인과 그들이 모인 집단이 진리의 의미에 대해 탐구하고 새로운 앎의 세계를 열어가는 출발점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논술고사에서 진리란 무엇이며, 인간이 어떻게 진리에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는 것은 학생이 대학이라는 한 걸음 진전된 사유의 세계에 발 들여놓을 준비가 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물음이라 할 수 있다.
네 개의 제시문에 나타난 ‘앎’을 개념화해 설명하고, 현대사회에서는 어떤 앎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서로 비교해 논술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제시문 (가)는 화학자 로얼드 호프만의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에서 발췌한 내용이었다. 복잡한 것을 분석해 명쾌하게 단순화한 과학자들의 앎이 제시됐다. (나)에서는 타인에 대한 친절, 자녀에게 베푸는 사랑, 자연에 대한 순응, 친구의 생각을 존중하는 마음 등 살아가면서 터득하는 지혜를 보여줬다. (다)에서는 공자의 ‘논어’ 중 일부로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는 것’이 앎이라는 공자의 말을 빌려 무지의 자각에서 비롯하는 성찰적 앎을 제시했다. (라)는 찰스 반 도렌의 ‘지식의 역사’ 중에서 뽑아낸 내용으로, 견고한 도로를 건설하고 그것을 유지할 줄 알았던 로마인들의 지식을 예로 들어 ‘유용성’의 가치를 지닌 도구적 앎이 제시됐다.
2005학년도 서울대 정시 : 사물을 올바로 인식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나‘사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는가를 논술하라’는 논제가 나왔다. 논제 해결시 고려해야 할 두 가지 조건이 덧붙여졌는데, 첫 번째는 ‘[제시문 1]에 드러나 있는 사물의 인식 방법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이에 근거해 [제시문 2]의 내용을 논하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 조건은 진리의 인식과 관련된 다섯 개의 문장을 논술에 활용하되 그 가운데 한 문장을 반드시 직접 인용하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조건은 논제에 따른 광범위한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에 논의의 방향을 설정하고 범주를 한정하기 위한 장치였다. 더불어 주어진 다섯 개의 문장은 인식과 관련한 수험생의 생각을 풀어낼 수 있는 실마리로 제공된 것이기도 했다.
먼저 홍대용의 <담헌집>에서 인용한 ‘큰 의심을 품지 않는 사람은 큰 깨달음이 없다. 의심나는 것을 쌓아두고 모호하게 두는 것은 캐묻고 따지는 것만 못하다’는 말에는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사물의 이치에 대한 의문을 가져야 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공자의 <논어>에서 인용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자신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올바른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밑바탕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니체의 <권력에의 의지>에서 뽑아낸 문장인 ‘사실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해석뿐이다.’라는 말은 똑같은 대상에 대해서도 인식 주체의 관점에 따른 각기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음을 주장한 것으로 진리의 상대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진리를 발견하는 것보다는 오류를 인식하는 편이 훨씬 쉽다.’는 네 번째 문장은 진리를 탐구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보여줌과 동시에 진리를 향해 가는 우회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로크의 <인간 오성론>에 나오는 ‘어떠한 사람의 지식도 그 사람의 경험을 초월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은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진리에 이를 수 있다는 로크의 사상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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