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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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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하는 것 같은데,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건 왜 일까요?” 어릴 때부터 입시 전쟁(?)에 내몰린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 마음은 안쓰럽기 그지 없다. 더 안쓰러울 때는 학원을 다니며 선행학습을 하고, 학교 수업에 충실히 임하며, 시험기간에 열심히 공부하는 데도 아이의 노력만큼 결과가 따라주지 않는 경우다.

왜 그럴까. 한때는 자녀의 학업 성취도 원인으로 유전적 요인이 가장 먼저 꼽혔지만, 최근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유전적 요인 외에 자기조절능력 부족, 부모의 양육방식, 건강 및 심리적 문제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1년간 아이들의 두뇌 발달을 연구한 결과를 ‘결국 해내는 아이들의 비밀’이라는 책으로 펴낸 노충구 뇌움한의원 원장(뇌신경학 한의학 박사)은 학업 성취도를 좌우하는 공부 효율성의 원인, 즉 아이의 산만함과 집중력 부족은 단순한 성격적 결함이나 의지 부족 문제가 아니라 뇌 발달의 불균형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거나, 노력해도 성적 안 오르는 아이라면 뇌 발달의 불균형을 의심해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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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충구 원장은 “아이가 학원에 성실히 다니고 과제도 잘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단순한 태도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의 불균형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아이의 두뇌 상태에 따라 집중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과 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조건을 만들어가면 성적 문제를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1년간 아이들의 두뇌 발달을 연구한 결과를 ‘결국 해내는 아이들의 비밀’이라는 책으로 펴낸 노충구 뇌움한의원 원장(뇌신경학 한의학 박사)은 학업 성취도를 좌우하는 공부 효율성의 원인, 즉 아이의 산만함과 집중력 부족은 단순한 성격적 결함이나 의지 부족 문제가 아니라 뇌 발달의 불균형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라곰출판사 제공
21년간 아이들의 두뇌 발달을 연구한 결과를 ‘결국 해내는 아이들의 비밀’이라는 책으로 펴낸 노충구 뇌움한의원 원장(뇌신경학 한의학 박사)은 학업 성취도를 좌우하는 공부 효율성의 원인, 즉 아이의 산만함과 집중력 부족은 단순한 성격적 결함이나 의지 부족 문제가 아니라 뇌 발달의 불균형에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라곰출판사 제공

우리 아이도 뇌 불균형?

뇌과학적 측면에서 볼 때 뇌의 불균형은 종합적인 사고 기능, 인성, 사회성, 판단력, 충동 조절, 운동신경, 논리, 감정 조절, 언어 구사 등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여러 요소를 좌우하는 전두엽의 기능 저하를 말한다. 전두엽은 4~7살부터 폭발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며, 35살까지 성장이 지속된다. 그렇기에 전두엽이 덜 발달한 아이들은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행동을 할 수 있으며 청소년기까지 학습 효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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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충구 원장은 “전두엽을 중심으로 한 주의 조절 및 실행 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거나, 좌우 또는 상하 뇌 간의 기능적 연결이 불균형할 경우, 외부 자극에 쉽게 흔들리고 집중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태가 나타난다”며 “노력이 실력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는 뇌의 인지 처리 과정에서 입력, 이해, 기억, 출력 등 어느 한 부분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산만한 아이의 특별한 잠재력’을 쓴 이슬기 수인재 두뇌과학 분당-잠실센터 소장 역시 “산만함과 관련해서 가장 핵심적인 전두엽의 기능은 ‘자기조절능력’, 즉 ‘억제력’”이라며 “억제력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집중하지 못하고, 주변의 자극에 쉽게 휩쓸린다”며 학습 부진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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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한 아이 집중력 키우는 법’을 쓴 한근영 한국몰입연구소 및 마음단비 심리상담연구소 소장도 “공부하는 상황에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꼼지락 거리거나 다리를 흔드는 행동도 집중력을 해치는 요인”이라며 “이외에 멍 때리기, 지속적으로 집중하지 못하거나 체계적으로 공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도 전두엽의 기능 저하가 원인이 되어 학습 능률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뇌 불균형, 왜 생기나

뇌의 불균형은 유전적 요인보다 환경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노충구 원장에 따르면 어렸을 때부터 영상이나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노출되고, 가공 및 인스턴트식품·당, 정제 탄수화물 음식, 인공첨가물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라는 성장 환경이 아이들의 뇌를 더 민감하게 만들고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노충구 원장은 “뇌의 불균형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감정 기복, 불안, 강박, 학습 지연, 감각 과민 또는 둔감 등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러한 뇌의 불균형 현상이 겉으로는 단순한 성격, 습관, 기질로 오해되기 쉬워, 부모가 조기에 인식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어 관심을 갖고 자녀의 행동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뇌의 불균형은 선천적인 기질, 출생 전후 환경, 과도한 조기 자극, 반복된 스트레스, 그리고 감각 자극의 편향적 경험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다. 자녀에 대한 과도한 학습 부담 역시 원인으로 작용한다. 노충구 원장은 “아이의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억지로 공부를 시키는 것은 아이의 공부 두뇌를 망가뜨리는 지름길”이라며 “좋은 학원을 보내고,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보다 아이에게 맞는 학습량과 난이도를 조절함으로써, 공부를 담당하는 두뇌의 학습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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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통한 유튜브 영상, 게임, 인스타그램·틱톡·페이스북 등 SNS 자극에 과도하게 노출돼 성장하는 환경도 뇌의 불균형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이로 인해 뇌의 기본 틀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면 신경의 부정적 패턴이 고착화되어 건강, 정서, 학습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킨다.

그렇다면 자녀의 뇌 불균형 증상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집중 시간이 짧고 산만함이 지속되는 경우, 감정 표현이 과하거나 통제가 어려운 경우, 소리·촉감·빛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 학습 속도가 느리거나 기억이 오래 가지 않는 경우, 특정 상황에서만 행동이 유독 불안정한 경우 등의 행동이 자녀에게서 나타난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노충구 원장은 “대다수 아이들이 책상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과제나 놀이 중에도 자주 자리를 뜨거나 딴 짓을 반복한다”며 “학습 내용을 반복해서 설명해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익힌 내용을 다음날이면 금방 잊는 일이 반복되거나 시험 등에서 긴장하거나 위축된 행동이 두드러지고, 사소한 일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는 등 감정 폭발까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면 뇌의 불균형 신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기 소장은 “집중력 부족, 즉 산만함의 경우 학습부진과 더불어 동기부여가 저하되는 심리적 무력감을 유발할 수 있어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며, 치료 등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아이의 집중력 문제로 고민한다면 아이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소아청소년정신과 등 병·의원, 심리센터에서 종합심리검사 혹은 풀배터리 검사(Full battery test) 등을 받아볼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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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불균형 해결하려면

아이를 예민하고 산만하게 만들고 집중을 어렵게 만드는 뇌의 불균형 문제는 생활 습관을 통해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 자극을 최소화한 환경 조성이 우선이다. TV, 스마트폰, 소음 등 과도한 감각 자극을 줄이고,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하고 정돈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수면, 식사, 학습 시간 등 일과를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뇌가 안정적인 리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지적이나 명령보다는 따뜻한 격려와 반복적인 안내를 통해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고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스트레칭과 균형 발달을 돕는 운동을 통해 바른 체형과 신경 발달을 도와줘 균형 잡힌 뇌 발달을 도와주는 것도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불안이나 감정을 억제하지 말고, 공감하며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줌으로써 정서 조절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넘어서는 무리한 조기교육 역시 오히려 뇌 발달에 독이 된다. 노충구 원장은 “뇌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조기 교육은 정보의 이해, 처리, 저장, 표현 등 학습의 전 과정을 담당하는 신경계의 기능을 왜곡시킬 수 있다”며 “단순한 학습 강화가 아니라 뇌의 발달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현재의 학습 방법이나 분량을 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인지 점검하고 조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가 일부러 산만하고 집중을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함부로 혼내고 다그쳐서는 안 된다. 그 대신 아이의 두뇌 상태에 따라 집중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과 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조건을 만들어 공부하기 좋은 최적의 두뇌 상태를 만들어줘야 한다.

일상에서 뇌 균형 발달을 돕는 습관을 실천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바른 자세 유지하기, 당·정제탄수화물·과자·음료수·가공 및 인스턴트 식품 등 뇌 발달을 방해하는 음식 제한하기, 8~10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 취하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등이다.

노충구 원장은 “이런 습관을 실천하는 동시에 아이가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정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긴장, 불안, 짜증 같은 부정적인 감정 상태는 뇌 발달을 지연시키므로 잔소리, 훈계 등으로 아이를 무조건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두뇌의 관점에서 지켜봐주고 두뇌 성장의 원리에 따라 균형 있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슬기 소장은 “아이가 집중하지 못하고, 산만한 행동을 보인다고 해도, 이런 증상과 싸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이의 산만함은 전두엽의 발달과 관련된 특성 때문이지 부모의 양육 방식 때문이 아니므로, 하루 한 번 자기 전에 아이에게 했던 말을 곱씹어보고 하지 않아야 했던 말과 표현을 상황과 함께 메모하면서 개선해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근영 소장은 “집중하는 습관에서 ‘의지’를 너무 강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의지를 발휘해야 한다는 상황은 그에 대한 재미와 흥미 없이 정말 노력만으로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뜻”이라며 “의지를 강조하기에 앞서 아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먼저 고려하고, 아이의 공부가 우선인지 부모의 욕심이나 불안이 우선인지 고민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소장은 “아이에게 선행 등의 학습을 시키기 전에, 무언가를 할 마음의 자세가 갖춰진 상태인지를 먼저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든 것이 부모와 자녀의 애착관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