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취재차 우크라이나를 다녀온 뒤 사전에 외교부 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독립 언론인 장진영 작가가 근거 법령인 여권법 조항에 대한 위헌 판단을 묻기로 했다. 국제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정부의 취재 사전 허가제가 헌법상 권리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취지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 등 15개 언론·시민단체는 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진영 작가 사건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방침을 밝혔다. 장진영 작가를 대리하는 김보라미 변호사는 청구서에서 현행 여권법은 분쟁 지역 취재를 제한하며, 외교부가 취재계획서를 받아 심의하고 허가하지 않는 취재를 금지하며, 위반 시 형벌로 다스리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이는 “헌법 21조(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2항이 금지하는 사전 허가에 해당하는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장진영 작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얼마 뒤인 2022년 3월 우크라이나에 약 보름간 체류하며 취재했고, 그 결과물을 시사인 등 매체에 게재했다. 귀국한 뒤 장 작가는 여권법 위반으로 입건되어 검찰로부터 약식명령(벌금 500만원)을 받았고, 이에 불복하여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요청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본안 사건과 위헌법률심판제청 모두 결론을 내지 않다가 약 3년이 흐른 지난 8월12일에서야 벌금형을 확정하고 위헌법률심판제청은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벌금형의 근거가 된 조항은 천재지변, 전쟁, 내란, 폭동, 테러 등의 사유로 외교부에서 지정한 여행금지국가의 방문을 차단하고 위반할 경우 처벌하도록 한 여권법 17조와 24조(전 26조)다. 언론의 취재·보도 활동을 예외적 사유로 인정하고 있으나 이 경우 외교부 장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며, 세세한 취재 지역과 기한 등을 결정하는 권한은 외교부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당초 2007년 여행금지제도 도입의 취지는 자국민 보호였으나, 자유로운 언론 활동이 정부의 사전 통제를 받는 구조가 20여년 동안 공고하게 지속됐다.
법원은 장 작가 사건 판결문에서 ‘분쟁 지역을 이동할 때 재외국민에 닥칠 수 있는 신변상의 피해가 취재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으나, 언론 자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판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보라미 변호사는 “비교법적으로 봐도 오이시디(OECD) 국가 중 한국처럼 분쟁 지역 취재를 허가제로 운영하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전허가, 형사처벌 등 이중, 삼중의 과잉규제가 분쟁 지역 취재를 고려하는 모든 언론인, 특히 조직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프리랜서 언론인에게 심각한 위축 효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이미 여권법 26조3호(현 24조3호)가 2020년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2016헌마945)을 받았다며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으나 이 또한 이번 사건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장 작가 쪽의 반론이다. 당시 헌재 심판은 여권법 조항이 헌법상 ‘거주 이전의 자유’(헌법 14조)를 침해하는지에 관한 것이었는데,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표현의 자유’(헌법 21조) 침해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장 작가 쪽은 오는 3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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