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 8월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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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 |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정확히 1년 전 오늘,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여야가 나눠 갖던 이사 추천권을 분산하고, 국민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장을 선출하는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영방송의 새 역사가 시작됐다”고 자평했고, 언론계도 “역사를 바꾸는 전환점”이라며 환영했다.

당시 여당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며 법 시행 3개월 안에 공영방송 이사회를 새로 구성하고, ‘신법 우선 원칙’에 따라 새 사장을 선출하게 된다고 공언했다. 이 시간표에 맞추겠다며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를 신설하는 법안까지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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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까지였다. 1년이 지났지만 이사회 구성은 마무리되지 않았고, 공영방송 사장 선임 절차도 첫발을 떼지 못했다. 여당은 스스로 정한 3개월 시한 내에 방미통위 구성조차 끝내지 못했다. 방미통위는 올해 4월에야 첫 회의를 열었고, 이사 추천 단체의 자격 기준과 공모 절차, 편성위원회 구성 등 후속 규정을 마련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사를 추천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투명성과 이사 결격 사유 검증이 부실하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새로 도입된 편성위를 둘러싼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방송(KBS)에서는 사쪽이 종사자 쪽 위원의 적격성을 문제 삼아 회의를 거부하며 이사 추천이 지연되고 있다. 보도 전문 채널로서 3개월 안에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대표자를 선임할 의무가 있는 와이티엔(YTN)과 연합뉴스티브이(TV)도 주주와 노조 간 갈등으로 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고 답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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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법 시행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이해충돌과 법적 공백을 고려하지 못한 탓이다. 오래된 법을 고칠 때는 기존 관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행위자들의 재량권과 자의적 해석의 여지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이를 간과했다. 애초에 3개월 시한의 근거조차 불분명했지만, 시행 과정은 그 시간표가 얼마나 무리한 약속이었는지를 보여준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책임 있는 설명을 내놓는 입법자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혼란은 새 제도를 시행하며 결함을 보완해가는 시행착오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은 새 방송법이 이해관계자들을 타협과 조정으로 유인하는 제도로 작동하고 있느냐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갈등과 지연은 새로운 조정 질서보다 과거의 관행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국회 추천 논란은 공영방송을 둘러싼 정치적 영향력 행사가 지속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편성위·사장추천위 구성과 운영에서도 내부 조율과 합의보다, 외부의 정치적 연합이나 규제 당국의 판단에 기대 각자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려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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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새 제도를 운용하는 주체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특히 새 이사회가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다양한 주체의 추천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정당과의 거리를 확보하고 내외부 이해관계자와 조정과 협력을 통해 새로운 운영 질서를 만들어내는지가 제도의 성패를 가를 변수이다.

방송법 개정 과정에서 가장 우려했던 점은 ‘정권이 바뀌면 사장이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이다. 실제 시행 과정에서도 공영방송 안팎에서는 경영진 교체 문제에 몰두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사 추천 주체를 분산하고, 국민추천위와 특별다수제까지 도입한 이번 법안은 취지와 달리 의사결정에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비효율적인 구조가 될 가능성도 있다. 모호한 규정에 따른 법적 분쟁의 소지도 적지 않다.

그사이 공영방송 혁신 방안은 정책 테이블에서 사라지고, 공영방송 제도의 정당성과 필요성은 하루가 다르게 휘청이고 있다. 기존 관행에서 완전히 탈피하는 단절적 변화, 조정과 통합을 지향하는 절실한 노력이 없다면, 개정 방송법은 공영방송의 전환점이 아니라 개혁의 마지막 기회를 소진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