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찬 |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2025년 1월19일 새벽, 윤석열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서부지법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극우 집회 참가자 수백명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담장을 넘어 법원 경내로 침입했다. 시위대는 유리창과 집기를 부수며 난동을 부렸고, 법원은 폭동의 현장이 됐다. 다큐멘터리 감독 정윤석은 현장으로 달려가 카메라를 들었다. 용산 참사부터 세월호,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그가 작업해온 방식대로, 예술가의 눈으로 역사의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서였다.
법원은 당시 서부지법 후문 인근에서 촬영하던 정 감독에게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깊숙이 들어가 폭동 장면을 촬영한 제이티비시(JTBC) 취재진은 기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사건을 신속히 보도해 실체 규명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각종 기자상을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개인적인 작품 활동의 경우에는 … 보도 목적이 명백한 언론기관과 비교해 …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현장을 촬영했더라도 언론사 소속 취재진과 달리 프리랜서인 정 감독의 행위는 공익적 취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4월30일 대법원은 이 판단을 확정했다.
법원은 취재의 목적이나 내용이 아니라 언론사 소속 여부를 기준으로 공익성을 판단한 셈이다. 국제사회의 기준은 다르다. 유엔 인권이사회, 유네스코 등의 기구는 프리랜서와 시민 저널리스트의 취재 자유와 정보 접근권을 동등하게 보장하도록 권고한다. 언론인 보호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알 권리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기록하고 감시하는 행위는 소속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저널리즘 원칙이, 한국의 법정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다.
여기 또 다른 정윤석이 있다. 프리랜서 사진작가 장진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을 듣고 전쟁 지역으로 향했다. 홀로 현장에 들어가 민간인의 피해와 파괴된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나 귀국 직후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다. 여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현행 여권법은 전쟁 지역 여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취재·보도 목적이라 하더라도 검열에 해당하는 정부의 ‘사전 허가’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 허가 절차는 사실상 외교부를 출입하는 언론사 소속 기자에게만 열려 있어, 프리랜서 사진작가는 애초에 제도 밖에 놓인다. 허가받을 방법이 없으니 전쟁터로 향하는 일 자체가 위법이고, 처벌 대상이 된다.
장진영과 정윤석의 사건은 서로 다른 법률과 다른 현장을 다루고 있지만 본질은 닮았다. 두 사람 모두 위험한 현장으로 들어가 역사를 기록했지만, 국가는 그들에게 ‘기록할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다.
두 사건에는 공통점이 또 있다. 법원 경내에는 폭동을 선동하며 생중계하는 극우 유튜버들이 있었고, 그 장면을 기록하려는 다큐멘터리 감독이 있었다. 전쟁 현장에는 용병 참전을 선전하는 유튜버들이 있었고, 그 참상을 기록하기 위해 카메라를 든 사진작가가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선동하는 자와 기록하는 자를 구분하지 않았다. 결국 폭력을 부추긴 이들을 겨냥한 처벌 논리가 역사를 기록한 사람들에게까지 그대로 향했다.
이 처벌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공익적 취재 행위조차 소속이 없다는 이유로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채 처벌 논리 속에 밀려들어 간다면, 누가 위험을 감수하고 현장에 다가갈 것인가. 법원은 폭동에 가담한 유튜버를 처벌했지만, 그만큼 중요한 공익적 취재 보호의 가치를 놓쳤다. 정윤석은 재판소원 청구를 준비 중이며, 장진영은 2년 만에 재판이 재개돼 여권법의 위헌성을 다투고 있다. 기록하는 자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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