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죽인다.” <레딩 감옥의 발라드> 오스카 와일드
36살 워킹맘 희경씨는 저녁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4살인 딸 아이를 외할머니, 곧 자신의 ‘엄마’에게 맡기며 출근을 하는데 돌봐 주시는 것에 대한 고마움보다도 부담과 미안함, 그리고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마음을 느낀다. 희경씨의 어머니는 피곤하다는 말을 반복하고, 아이의 입맛이 까다롭다거나 아이 보는 일이 힘들다고 자주 불평한다. 그럴 때마다 희경씨는 마음이 상하면서도 아이에게 “할머니 말 잘 들어야지!” 하면서 어머니 눈치를 보게 된다. ‘오늘은 심지어 아이에게 화까지 냈네. 나는 엄마로도 딸로도 자격 미달인가 봐’, ‘몸도 안 좋으신데, 애를 맡겨놓고 야근까지 하다니 내가 나빴지’하고 비난의 화살을 주로 자신에게 돌린다. 일과 육아 모두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들고, 아무것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마음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책망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희경씨는 어머니의 기분을 살피는 데 익숙했다. 어린 시절, 혼자서 자신을 키우느라 늘 지쳐 있던 어머니는 표정이 어둡고 예민한 편이었다. 잘 웃지 않는 어머니를 보며 희경씨는 자신이 착하게 굴면, 더 조용히 말을 잘 들으면 어머니가 덜 힘들 거라 믿었다. 어릴 때부터 ‘착한 딸’이 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자신과의 주말 약속을 잊어버렸을 때도 어린 희경씨는 속상한 마음을 꾹 참고 “아니야, 엄마. 난 괜찮아”라고 말했다. 속으로는 ‘엄마가 일하느라 바쁜데, 놀러 가자고 한 내가 잘못이야’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처럼 주요한 애착 대상과의 관계에서 상대방의 냉담함이나 잘못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을 도덕적 방어(moral defense)라 한다. 상대가 ‘나쁘다’는 생각이나 감정 대신, 스스로를 꾸짖으며 이게 다 ‘내가 나빠서’, ‘내가 부족해서’라고 여기는 것이다. 상대방으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를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지금은 ‘부족한’ 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도덕적으로 이상적이고 완벽한 상태에 도달하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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