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12·3 내란사태로 국민이 심각한 ‘폭력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의사들은 “헌법이 정한 절차에 의한 (대통령의) 퇴진만이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국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510명은 12일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이렇게 밝혔다. 의사들은 우선 “12월3일부터 현재까지 온 국민은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짚었다. 이들은 “대통령의 계엄 선포 방송에 이어, 평화로운 국회에 무장 군인들이 침입하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시민들이 저지하며 대치하는 장면을 온 국민이 목격했다. 군부독재와 국가폭력의 역사를 기억하는 많은 국민은 그 트라우마를 재경험하며 심각한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진단했다.
앞서 국민 10명 중 6명은 트라우마를 겪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1일 성인 507명을 대상으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스트레스 등 트라우마 경험을 물은 결과 66.2%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또 “동료 시민의 일부를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여 공동체 내 분열·적대를 부추기는 듯한 계엄 담화는 국민의 마음에 큰 환멸감과 상처를 남겼다”며 “어린이들은 학교가 문을 닫을지, 전쟁이 벌어지진 않을지 무서워하고, 어른들 또한 경제를 걱정하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심란해한다. 온종일 뉴스와 유튜브를 시청하며 불면·불안을 호소하는 분들 또한 늘고 있으며, 군인·경찰 등 공직자들은 도덕적 손상에 따른 울분·우울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했다.
의사들은 국민들이 ‘폭력 트라우마 피해자’가 됐음을 지적했다. 이들은 “현재 우리 사회는 정치의 위기가 촉발한 생존의 위기에 더하여, 실존의 위기를 겪고 있는 국면이라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를 치유하려면 △피해자의 신속한 안전 확보 △가해자가 응당한 처벌을 받는 정의로운 해결이 시급하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구체적으로 의사들은 국민의 심리적 안정·정신적 치유를 위해 내란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사퇴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현 대통령과 관련자들은 국민에 정중히 사과해야 하며, 헌법 절차 상의 조처에 따라야 한다. 집권 여당은 국민 요구를 경청해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국회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라”고 밝혔다. 3일 밤 발표된 계엄 포고령에 ‘전공의 처단’ 등의 문구가 포함된 것을 두고도 “현 대통령이 초래한 의대 증원으로 인한 위기 해결을 위해선 의료 전문가에 대한 처단과 같은 위협이 아닌 존중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권은 현재 국민이 느끼는 현실적 위기를 최대한 신속히 종식하기 위한 합리적인 결정과 조처를 추진해주길 바란다”며 “국민의 심리적 충격을 치유하고 사회 통합과 공동체 복원을 도모할 수 있는, 일회성이 아닌 근거 기반의 체계적인 정신건강 정책을 권고한다”고 당부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한겨레에 “진료 현장의 의사로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한 마음에 시국선언에 동참했다”며 “의학적으로는 (시민들에게) 트라우마로 인해 긴장·불안이 이어지고, 우울·무기력·분노 등의 2차적인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정치가 제때 해법을 마련하지 못해 사회적 반목이 심해지면 시민들의 정신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지진에 요동친 수술실…환자 위로 몸 던진 의료진 [영상]](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original/2026/0807/20260807501656.webp)























![<font color="#FF4000">[단독] </font>인권위 토론서 “두들겨 맞아야 깨닫지”…이걸 존중한다는 인권위원 논란](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809/53_17862440265487_20260809500741.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