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감염이 급증하는 아프리카에서 한 어린이가 에이즈 치료약을 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에이즈 감염이 급증하는 아프리카에서 한 어린이가 에이즈 치료약을 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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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로 생활 터전을 잃고 떠도는 아프리카인들이 많아지면서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에이즈) 감염도 급증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식량부족 문제와 국가 부채로 인한 의료시스템 붕괴 등 이중고를 겪는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에이즈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암울한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국제 사회의 기금 지원 등이 없다면 전 세계로 에이즈 감염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과 유엔개발계획(UNDP)은 21일(현지시각)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리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발표회를 열어 “아프리카 국가들의 ‘기후 회복성 의료 시스템’을 구축을 위해 국제적 연대와 공평한 자원 분배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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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니 비아니마 유엔 에이즈 계획 상무이사는 ‘기후변화가 에이즈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하며 “기후 위기가 에이즈 바이러스를 통제 불능 상태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보고서엔 아프리카 동남부의 말라위에서 지난해 3월 발생한 강력한 사이클론(인도양에서 생성되는 열대 저기압) 피해가 에이즈를 확산한 사례가 담겼다. 당시 말라위에서만 사망자 100여명을 발생시킨 사이클론 ‘프레디’로 남부 상업 중심지 블랜타이어 인근 거주지 수천채가 훼손됐고, 에이즈 감염자 약 3만7천명이 집을 잃고 떠도는 상황이 됐다. 식량과 의약품 등을 구하기 위해 몸을 파는 사람이 늘면서 에이즈 바이러스도 급속도로 전파됐다는 것이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 등이 21일(현지시각)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린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아프리카의 기후재난 관련 에이즈 감염 위험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유엔 에이즈 계획 누리집
유엔에이즈계획(UNAIDS) 등이 21일(현지시각) 제29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열린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아프리카의 기후재난 관련 에이즈 감염 위험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유엔 에이즈 계획 누리집

에이즈 감염률이 높은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 국가들의 많은 부채 상환 문제는 의료 시스템을 지연시키는 원인 중 하나다. 유엔 개발 계획은 “이들 국가에 지급되는 공공 기후자금의 71%가 보조금이 아닌 대출 형태로 이뤄지면서 이들이 의료비보다 부채 상환에 7배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에이즈 계획은 “현재 서부와 중앙아프리카 국가들이 에이즈 대응을 위해 집행한 예산은 국내총생산 대비 0.1%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이들 국가가 질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채권자의 부채 탕감과 기부금 후원국의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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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말라리아 지도자 연합(ALMA) 등 보건 대표자들도 기후총회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열대병 대응을 위해 국제사회 기금 마련과 자국 주도의 포괄적인 의료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은 이상 고온과 강우로 올해 초 콜레라가 창궐해 1천명 이상이 사망했고, 홍수와 환경 오염 등으로 말라리아, 뎅기열 등 전염병이 번지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자금 지원을 넘어 각국의 보건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