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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은 7년 만에 열린 고위급 접촉에서 세 가지 합의를 이뤄냈다. ‘이산가족 상봉’과 ‘상호 비방·중상의 중지’라는 의제를 서로 주고받았고 ‘상호 관심사를 협의하는 고위급 접촉’도 계속 열기로 했다. 큰 틀에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중장기 과제에 합의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집권 뒤 6년 동안 얼어붙었던 남북관계가 해빙으로 나아갈지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 서로 좀더 이해한 남과 북 14일 판문점에서 두번째로 마주앉은 남북은, 12일 첫 접촉 때보다 훨씬 빠르게 논의를 진행했다. 첫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군사훈련 등에 대해 서로의 의사를 분명히 확인한 터라, 합의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번 합의에는 북쪽의 양보가 결정적이었다. 12일 첫 접촉 때 이산가족 상봉과 겹친 한-미 연합 훈련을 연기하라고 요구했던 북쪽은 이날 그 요구를 철회했다. 애초 북쪽이 한-미 연합 훈련의 중단까지 요구했던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양보였다. 북쪽 스스로는 이를 “통 큰 용단”이라고 표현했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북쪽은 올 들어 남북관계 개선을 일관되게 요구해왔다. 이번 합의도 이런 기조의 일환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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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남쪽은 북쪽이 제안한 ‘상호 비방·중상의 중지’를 받아들였다. 이는 지난달 북쪽이 내놓은 ‘중대 제안’에 포함된 세 의제 중 하나였다. 그동안 남쪽은 이에 대해 “비방·중상을 한 적이 없다”는 태도였지만, 이날은 북쪽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했다. 북쪽은 남쪽 언론의 비판적 보도까지 통제하라던 원론적 태도에서 벗어나, 남쪽 정부의 협조를 요구하는 선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 밝아진 올해 남북관계 전망 양쪽은 ‘상호 관심사를 협의하는 고위급 접촉 개최’라는 합의도 이뤄냈다. 남북은 구체적인 내용이나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남북의 상호 관심사를 계속 협의하고 편리한 날짜에 고위급 접촉을 하기로 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오랫동안 엉켰던 남북관계가 드디어 풀릴 기회를 맞은 것이다. 이는 어떤 측면에서는 이산가족 상봉보다 더 값진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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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전개된 북한의 ‘평화몰이’를 ‘위장 평화 공세’로 폄하하던 남쪽의 경직된 태도는 이번 고위급 접촉 과정에서 조금 부드러워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쪽이 이산가족 상봉을 수용하고, 남쪽 정부의 공식 대북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취지를 이해해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은 이번 접촉을 계기로 앞으로 다양한 사안에 대해 폭넓은 논의를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북쪽은 우선과제로 발표한 경제건설과 관련해 남쪽에 고위급 접촉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금강산 관광의 재개, 남북 경제협력을 금지한 ‘5·24 조치’의 해제, 개성공단의 확대·발전, 북한의 14개 경제개발구에 대한 투자 등이 주요 안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쪽 기업들이 러시아를 통해 지분 투자를 하기로 한 나진-하산 개발 사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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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고위급 접촉의 합의에 대해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은 현재 내부의 경제건설과 정세안정을 위해 남한과의 협력이 절실하다. 그 첫 단추로 이번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