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싱가포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싱가포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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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북-미 대화에 나설 뜻을 밝힌 데 대해, 백악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전제조건 없이 김정은과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3월 말~4월 초 중국 방문을 앞두고 북·미 모두 만남을 원한다는 신호는 발신하고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조선노동당 총비서)은 9차 당대회 연설에서 미국을 “주권국가들에 침략과 무력사용을 일삼는 특급불량배”라고 지칭하면서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대화 신호를 발신했다. 물론 “책임있는 핵보유국, 핵무력 발전 고도화”를 인정하라는 조건이 붙어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26일(현지시각) 한겨레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세차례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개최해 한반도를 안정시켰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어떠한 전제조건 없이 김정은과 대화하는 데 열려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대북정책은 변함이 없다”고 덧붙여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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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3월31일부터 4월2일까지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과 그해 6월 판문점 회동 이후 7년 만에 ‘재회’하고 싶다는 의지는 밝히고 있지만, ‘비핵화’ 전제조건을 놓고선 이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을 경우, 미국이 이를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북미 간 실무접촉이 진행중이라는 신호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미국을 방문 중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북·미 간의) 실무접촉 같은 새로운 뉴스는 없다”며 “미국은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지, 그것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되겠다’는 수준까지는 지금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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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계기에 북·미 정상 간 소통이 모색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아직 미국 정부 안에서 그와 관련한 구체적인 준비가 이뤄지는 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4월1일께 베이징에서 열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얻어내는 데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 이란, 우크라이나 문제도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복잡한 과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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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 미국이 외교력을 집중하고, 더구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서까지 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계의 주목을 끌 이벤트로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는 관심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 보면,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담판이 세계의 주목을 받아야 할 상황에 북한을 끌어들이려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국은 이런 정세를 냉철하게 읽으면서, 북-미 대화에 너무 조급한 기대를 갖지 말고 한국의 장기적 역할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이벤트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온 김에’ 김정은과 만나는 데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있지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준비에 에너지를 쏟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도 자신의 위상과 자신감을 보이기 위해 트럼프를 만나려할 가능성이 있지만, 사진 찍는 이벤트 이상의 북-미 협상은 가능하지 않은 국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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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김정은과 만날 요인도 크지 않고, 이벤트성으로 만난다고 해도 비핵화로 향하는 의미 있는 논의를 할 가능성은 없다”며 “김정은은 미국이 북한 핵보유를 인정하고 제재를 풀라고 요구하지만, 미국 대법원의 관세 판결에서 보듯 트럼프가 북한 핵을 인정하려해도 제재를 풀려면 미국 의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김정은은 한국을 ‘미국의 종속국가’로 판단하고, 트럼프와의 직거래로 판을 바꾸면 한국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는 미국에 독자적 발언권을 가지고 있고, 트럼프가 취할 대북 선택지 안에 한국의 발언권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정교하게 보여주면서 김정은의 셈법을 바꿔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워싱턴/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