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치러진 22대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과 녹색당 두 진보정당은 원내 의석 확보를 위해 ‘녹색정의당’ 이름으로 공동 선거를 치렀다. 전국에서 60만9313명이 표를 줬지만, 정당 득표율은 2.14%에 그쳤다. 공직선거법이 정한 비례대표 의석 할당 기준인 3% 득표율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60만명의 정치적 의사는 사표가 된 것이다. 진보당과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은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이 되어 적은 비례의석을 확보했을 뿐이다. 2004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지역구 2석에 더해 비례대표 8석(정당 득표율 13.03%)을 확보하며 처음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했지만, 20년 만에 자력으로 비례의원을 만든 진보정당이 없는 국회가 됐다.
29일 헌법재판소가 ‘3% 저지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하면서, 오는 2028년 총선부터 진보정당 등 군소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이 커졌다. 22대 총선 결과를 기준으로 분석하면, 정당 득표율 3%는 84만표 정도다. 3% 저지 조항이 없다면 정당 득표율 1∼2%(28만∼56만표) 정도면 비례대표 1석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시뮬레이션하면, 현재 국회 원내 정당 색깔은 훨씬 다양해진다. 비례대표 46석 가운데 국민의미래(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은 18석→17석, 더불어민주연합(민주당 비례위성정당) 14석→13석, 조국혁신당은 12석→11석으로 1석씩 줄어든다. 대신 자유통일당(정당 득표율 2.26%), 녹색정의당(2.14%), 새로운미래(1.7%)가 1석씩 확보해 3개의 초미니 원내 정당이 생긴다. 정당 득표율 3.61%였던 개혁신당은 비례대표 의석(2석)에 변화가 없다.
헌재는 3% 저지 조항이 군소정당 난립 폐해를 막는 제도적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새로운 정치세력의 원내 진출을 막는 부정적 효과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선거구제·다수대표제에 바탕한 거대양당 정치 구도가 이미 굳어졌고 △우리 정치 체제가 의회 내 다수세력 형성이 필요한 의원내각제가 아닌 대통령제이며 △비례대표 정수가 46석에 불과해 3% 저지 조항이 없어도 소수정당의 급격한 증가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까지 쓸어가는 행태를 지적하며 “3% 저지 조항은 소수정당 의회 진입에 이중적 장벽을 설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상환(소장)·정정미 재판관은 따로 보충의견을 내어 “저지 조항을 통해 일정한 규모의 정치적 지지 표현을 구조적으로 배제하게 되면 유권자들은 사표가 될 것을 우려해 ‘당선될 것 같은 당’을 찍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진보정당 사표론’이 대표적이다.

반면 합헌 의견을 낸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극단주의 세력의 원내 진입을 우려했다. 두 재판관은 “극단주의 세력이 사회에 대한 분노와 불안을 자극하며 중도정당보다 빠르게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 극단주의 세력이 의회에 진출하게 된다면 그 활동이 크게 고무돼 사회적 갈등을 조장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고 내란 세력을 옹호하는 자유통일당 같은 극우정당이 원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재판관은 3% 저지 조항보다는 소선거구제, 낮은 비례대표 비율, 위성정당 등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우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 저지 조항은 다른 나라들도 많이 채택하고 있다.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가 더 대변돼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정치적 양극화 우려가 이전보다 커진 상황에서 국회가 어떻게 대응할 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앞으로 국회가 정당 득표율 문턱을 2% 정도로 낮춘 저지 조항을 새로 입법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헌재 관계자는 “다수 의견은 저지 조항 자체가 위헌이라는 취지”라고 했다. 국회가 문턱만 낮춰 저지 조항을 유지하는 입법을 할 경우 위헌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이 다시 청구될 수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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