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다음 방문지인 튀르키예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순방 기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다음 방문지인 튀르키예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순방 기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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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적대적인 국가 간이라도 비상 연락망(핫라인)은 원래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남북은 일체의 모든 연결선이 다 끊겼다. 매우 위험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남북관계의 현주소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절망감과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오른손으로 싸우면서도 왼손으로 악수하는 게 세상의 이치인데, 남북은 완전히 단절됐다. 언제 우발적인 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까지 왔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90살이 넘은 비전향 장기수들을 돌려보내겠다는 노력에조차 반응이 없다”는 말도 했다. 시민사회가 송환을 추진 중인 비전향 장기수 안학섭(95)씨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최악으로 치달은 한반도 상황을 두고 “통일과 안보라는 국익의 문제를 정략의 대상으로 삼아 다 망가뜨렸다”며 윤석열 정권을 겨냥했다. 이런 결과를 두고 “업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 업보를 줄이기 위해서 업보를 쌓은 것 이상의 노력을,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끊임없이 우리의 선의를 전달해서 바늘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했다. 당장 호응이 없더라도 부단한 노력으로 의지의 진정성을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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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북한이 가장 예민해하는 게 한-미 연합군사훈련인데, 우리가 선제적으로 훈련 규모를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걸 검토하자는 주장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훈련 축소나 연기가) 상황 변화의 지렛대가 될 수도 있고, (남북관계 개선의) 결과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남북 간 평화 체제가 확고히 구축되면 (연합훈련을) 안 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어떤 게 우선일지는 지금 당장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최근 격화된 중-일 갈등에 대해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을 놓고 중-일 간 갈등이 상당히 크게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을 냉철하게 지켜보고 국익이 훼손되지 않고 극대화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래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면담 일정에 맞춰 일본 쪽에도 정상회담을 요청해 균형을 맞춘 것”이라며 남아공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일 양국과 약식 회동을 한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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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정상회의 기간 확인된 서방 국가들의 중국 견제 움직임에 대해선 실용외교 원칙을 분명히 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중국 인식’을 물었는데, 이 대통령은 “군사 안보 측면에선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고, 지리적·역사적·경제적 관계 측면에서 중국과도 단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리창 총리와의) 회담 과정에서 곡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기본 입장을 충실히 잘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번 중동·아프리카 순방 성과에 대해서는 “아랍에미리트(UAE)는 강훈식 비서실장이 사전에 특사로 가서 협업 분야를 정리하고 구체적 사업도 발굴해 가장 큰 성과가 있었다. 이집트의 경우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3조∼4조원대 카이로 공항 확장 사업을 한국 기업이 맡고 운영도 해주면 좋겠다는 식의 좋은 제안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앙카라/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