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리 적대적인 국가 간이라도 비상 연락망(핫라인)은 원래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남북은 일체의 모든 연결선이 다 끊겼다. 매우 위험한 상태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남북관계의 현주소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절망감과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오른손으로 싸우면서도 왼손으로 악수하는 게 세상의 이치인데, 남북은 완전히 단절됐다. 언제 우발적인 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까지 왔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90살이 넘은 비전향 장기수들을 돌려보내겠다는 노력에조차 반응이 없다”는 말도 했다. 시민사회가 송환을 추진 중인 비전향 장기수 안학섭(95)씨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최악으로 치달은 한반도 상황을 두고 “통일과 안보라는 국익의 문제를 정략의 대상으로 삼아 다 망가뜨렸다”며 윤석열 정권을 겨냥했다. 이런 결과를 두고 “업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 업보를 줄이기 위해서 업보를 쌓은 것 이상의 노력을,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끊임없이 우리의 선의를 전달해서 바늘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했다. 당장 호응이 없더라도 부단한 노력으로 의지의 진정성을 인정받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북한이 가장 예민해하는 게 한-미 연합군사훈련인데, 우리가 선제적으로 훈련 규모를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걸 검토하자는 주장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훈련 축소나 연기가) 상황 변화의 지렛대가 될 수도 있고, (남북관계 개선의) 결과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남북 간 평화 체제가 확고히 구축되면 (연합훈련을) 안 하는 게 바람직하겠지만 어떤 게 우선일지는 지금 당장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최근 격화된 중-일 갈등에 대해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발언을 놓고 중-일 간 갈등이 상당히 크게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을 냉철하게 지켜보고 국익이 훼손되지 않고 극대화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래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면담 일정에 맞춰 일본 쪽에도 정상회담을 요청해 균형을 맞춘 것”이라며 남아공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중·일 양국과 약식 회동을 한 배경을 설명했다.
G20 정상회의 기간 확인된 서방 국가들의 중국 견제 움직임에 대해선 실용외교 원칙을 분명히 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중국 인식’을 물었는데, 이 대통령은 “군사 안보 측면에선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고, 지리적·역사적·경제적 관계 측면에서 중국과도 단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리창 총리와의) 회담 과정에서 곡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기본 입장을 충실히 잘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번 중동·아프리카 순방 성과에 대해서는 “아랍에미리트(UAE)는 강훈식 비서실장이 사전에 특사로 가서 협업 분야를 정리하고 구체적 사업도 발굴해 가장 큰 성과가 있었다. 이집트의 경우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3조∼4조원대 카이로 공항 확장 사업을 한국 기업이 맡고 운영도 해주면 좋겠다는 식의 좋은 제안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앙카라/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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