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을 맞는 여야 풍경이 극명하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시정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33번 박수를 치며 연설 내용도 “A급”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청구를 이유로 시정연설 불참을 선언해 아예 본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장동혁 대표는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는 등 대통령의 ‘중도 퇴진’까지 언급했다.
4일 올해 두번째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를 재차 찾은 이 대통령을 맞은 건 로텐더홀 계단 앞에 도열한 국민의힘 의원들이었다. 의원들은 ‘야당 탄압’에 항의하는 뜻에서 검은 마스크를 쓰고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까지 맨 채 ‘근조 자유민주주의’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이재명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부터 계단에서 대기했다. 이들은 이 대통령이 국회 현관에 모습을 보이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의원들 사이에서 “범죄자 왔다”는 말이 들렸다. “재판을 재개하라”는 고성도 나왔다.

이 대통령이 국회 본청에 들어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통령 반응을 보고 대응하려는 듯 4~5초 동안 잠시 침묵했다.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들 앞으로 더 다가오자 “재판하세요!”라는 외침이 곳곳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목례를 한 뒤 우원식 국회의장과 함께 의장실로 향했다. 떠나는 이 대통령을 향해 의원들은 “재판받으세요”라고 외쳤다.
이 대통령이 떠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시정연설이 진행되는 본회의장 대신 의원총회 장소로 향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7명의 이름으로 성명서를 내어 사법부의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 절차 즉각 재개를 촉구했다. 시정연설 전 의원총회에서 장동혁 대표는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기 위해 모든 힘을 모아야 할 때”라며 “이번이 마지막 시정연설이 돼야 한다”고 했다.

결국 이날 이재명 대통령 시정연설은 국민의힘 쪽 국회 본회의장 좌석이 텅 빈 상태로 진행됐다.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하기 비어 있는 국민의힘 좌석 쪽 사진을 찍었다. 우원식 의장은 “오늘 새 정부 첫 (예산안) 시정연설하는데 이 자리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 대통령도 시정연설을 시작하기 전 “좀 허전하군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33차례 박수를 치며 화답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총력을 다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할 때와 “저는 우리 국민 여러분의 저력을 믿습니다. 그래서 자신 있습니다”라고 할 때 가장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입장할 때와 퇴장할 때는 민주당 의원들이 기립해서 박수를 쳤다. 이 대통령도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입장하고 퇴장했다. 서미화 의원은 이 대통령과 악수를 한 뒤 팔짝팔짝 뛰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퇴장할 때는 “이재명! 이재명! 이재명!”이란 연호가 이어졌다.
정청래 대표는 이 대통령 시정연설 후 페이스북에 “전남 순천 아랫장에 갔을 때 어느 상인께서 하신 말씀이 APEC이 A급이여~라고 하셨는데, 오늘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과 태도도 역시 A급이었다”며 “APEC도 A급이고, 시정연설도 A급이여~”라고 썼다.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텅 비어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 자리를 촬영해 올린 뒤 “이게 국민의 뜻을 받드는 국회의원입니까”라고 물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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