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의 승자는?
김태규기자
- 수정 2019-10-1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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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상임위원장 배분으로 본 3당 손익 계산서
2016년 6월8일,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됐습니다. 법정 기한(6월7일)을 넘기긴 했지만 지각 개원이 반복됐던 역대 여느 국회와 비교하면 모범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은 국회의장 자리를 어느 당이 가져가느냐를 놓고 막판까지 대치하던 상황이었지만 의장의 주인은 원내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었습니다. 그러나 국회의장을 어느 당이 맡는지만큼 중요한 게 상임위원장 배분입니다. 국회를 구성하는 조직인 상임위원회는 분야별 각종 법률안의 심사와 의결, 청문회 개최 등의 주체입니다. 상임위원장은 상임위의 의사진행권을 갖고 있는 사람이지요. 국회법에서는 위원회의 현안 보고나 법률안 심사 등의 안건은 “의결로 정한다”고 돼있으나 대부분의 의사일정은 표결이 아닌, 교섭단체 간사 의원들의 합의로 결정합니다. 그러나 간사 간 합의가 맘에 안 들면 위원장이 안건 상정을 미루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의사일정에 있어서 ‘안건 상정’이라는 강력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거죠. 상임위원장 자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 2개 정당만 원내교섭단체의 요건을 충족했던 19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이 18개 상임위원장 중 10자리, 더민주가 8자리를 가져갔습니다. 20대 국회에서는 의석 비율에 따라 더민주 8, 새누리 8, 국민의당 2자리로 분배됐습니다. 외형상으로는 새누리당이 2곳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내준 모양새이지만 중요 상임위 비중으로 보면 새누리당이 ‘밑지는 장사’를 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20대 국회에서 뜨겁게 논의될 현안을 중심으로 여야 3당의 상임위원장 배분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1. 운영위원회 | 19대 새누리당 → 20대 새누리당 청와대(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실)와 관련된 사안이 운영위의 핵심 업무입니다. 2015년 1월에 정윤회 비선실세 의혹 사건의 현안 보고 형식으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운영위에 불려나왔습니다. 그러니 청와대에게 국회 운영위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입니다. 야3당이 공조하기로 한 ‘어버이연합 게이트’ 청문회의 주체는 운영위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청와대 허현준 행정관이 어버이연합의 관제 데모를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으니까요. 그러나 새누리당은 20대 국회에서 운영위를 사수했습니다. 2. 법제사법위원회 | 19대 더민주 → 20대 새누리당 법제사법위(법사위)는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률을 다시 취합해 다른 법률과 충돌하는 지점은 없는지 등을 심사합니다. 법안 통과의 중요 관문인 ‘상원 상임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대 국회 때 더민주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어렵게 가져왔는데 이번에는 국회의장 직을 받는 대신 새누리당에 일찌감치 내놨습니다. 법사위는 법무부 관련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형사소송법 개정 등 검찰개혁 이슈가 생기면 주무 상임위가 됩니다. 야3당이 청문회 공조를 합의한 ‘정운호 게이트 법조비리’도 법사위가 나서게 되지만 사회권을 쥔 정당은 새누리당입니다. 3. 정무위원회 | 19대 새누리당 → 20대 새누리당 정무위도 운영위·법사위 못지 않은 중요 상임위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등 재벌 개혁이나 경제민주화 관련 이슈를 담당합니다. 국가보훈처도 정무위의 업무 영역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 파문을 일으킨 박승춘 보훈처장의 해임촉구 건의안이 발의되면 정무위에서 먼저 처리하게 됩니다. 더민주는 정무위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정무위원장 자리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4. 기획재정위원회 | 19대 새누리당 → 20대 새누리당 기획재정위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관련 업무를 담당합니다. 우리나라 경제·통화 정책의 핵심 부서를 감독하는 일을 하는 곳이죠.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대책 등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곳일 겁니다. 더민주가 요구했던 위원장 자리였는데 새누리당은 사수에 성공했습니다. 5.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 19대 새누리당 → 20대 새누리당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미방위)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소관 부서입니다. 미방위가 20대 국회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된 와 , <연합뉴스> 등 공영방송과 통신사의 개혁을 압박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더민주는 해직 언론인의 복직과 공영방송 이사회의 공정한 구성을 위한 공정언론특위를 꾸리고 활동을 시작했지만 미방위원장 자리를 가져오진 못했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미방위원장을 새누리당이 차지한 것을 두고 “연합뉴스와 KBS, MBC는 지금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6.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 19대 더민주 → 20대 국민의당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업무를 담당하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교문위)는 학교와 문화체육 시설의 유치 등 주민들의 대표적인 민원을 해결해줄 수 있는 상임위로 꼽힙니다. 정부가 지방정부에 재원 문제를 떠넘긴 누리과정의 해법을 놓고도 여야간 논란이 거셀 겁니다. 국정교과서 폐기를 약속한 야당의 총선 공약도 교문위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됩니다.7. 외교통일위원회 | 19대 새누리당 → 20대 더민주 외교부와 통일부 담당인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은 더민주가 가져왔습니다. 개성공단 재가동 등의 현안이 당장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8. 국방위원회 | 19대 새누리당 → 20대 새누리당 국방부를 담당합니다.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인 사드 도입과 방위산업 비리 근절 등의 현안이 있습니다. 국방위를 일찌감치 자원한 군사전문가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군 출신이 아닌 민간인 국방장관 임명에 따른 ‘국방의 민주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9. 안전행정위원회 | 19대 새누리당 → 20대 새누리당 안전행정위(안행위)는 행정자치부와 경찰, 국민안전처 등이 소관 부서입니다. 야3당이 공조하기로 한 백남기씨 과잉진압 진상조사 청문회의 주무 상임위가 될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안행위원장 자리도 유지했습니다. 10.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 19대 더민주 → 20대 더민주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를 담당하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농해수위)의 위원장은 ‘호남 대표성’을 지닌 국민의당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했으나 더민주가 유지하게 됐습니다. 최근에 박주민 더민주 의원이 발의한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안은 농해수위에서 논의될 것입니다. 11. 산업통상자원위원회 | 19대 더민주 → 20대 국민의당 산업통상자원위(산자위)는 산업통상부 한 곳을 담당하지만 산하 공공기관이 50여곳에 이르러 ‘젖과 꿀이 흐르는 상임위’로 통합니다. 국민의당은 교문위와 함께 산자위를 가져갔습니다. 두 곳 다 알짜 상임위입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만큼의 위험도 존재합니다. 19대 후반기 산자위원장이었던 노영민 의원(더민주)은 자신의 시집을 산자부 산하 기관에 강매한 사실이 드러나 산자위원장 자리도 사퇴하고 20대 총선에서 공천도 받지 못했습니다. 12. 보건복지위원회 | 19대 더민주 → 20대 더민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소관 부서입니다. 의료민영화와 공공병원 등 공공의료 관련 이슈를 놓고 여야가 강하게 부딪칠 것으로 보입니다. 13. 환경노동위원회 | 19대 더민주 → 20대 더민주 환경부와 고용노동부를 담당하는 환경노동위(환노위)는 야당이 전통적으로 공을 들여온 상임위입니다. 당장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진상조사 활동이 환노위를 중심으로 진행될 겁니다. 야당의 ‘최저임금 1만원’ 총선 공약도 환노위에서 다룰 뜨거운 이슈입니다. 14. 국토교통위원회 | 19대 더민주 → 20대 더민주 국토교통위(국토위)는 도로·교량·항만·공항 등 사회기반시설 공사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를 담당합니다. 당장 밀양과 가덕도를 놓고 TK와 PK가 격하게 대립하고 있는 영남권 신공항 입지를 놓고 일대 격전이 불가피한 상임위입니다. 15. 정보위원회 | 19대 새누리당 → 20대 새누리당 국가정보원을 담당합니다. 북한 권력층의 동요나 숙청, 핵실험 징후 등 북한 관련 내밀한 정보를 국정원으로부터 보고받는 곳이 정보위입니다. 2012년 대선에서 노골적으로 박근혜 후보 당선에 기여한 국정원을 감시하고 개혁 작업에 착수해야 하는 곳도 정보위입니다. 16. 여성가족위원회 | 19대 더민주 → 20대 더민주 여성가족부를 담당하는 위원회입니다. 19대 국회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불가역적”이라고 선언한 ‘한-일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대책 소위’를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17. 예산결산특별위원회 | 19대 새누리당 → 20대 더민주 예산결산특별위(예결위)는 정부가 가져온 예산안을 심사하고 한 해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를 결산하는 위원회로, 여야 의원 50명으로 구성됩니다. 예산안을 직접 심사하는 곳이기 때문에 예결위원이나 예결위원장은 자신이 원하는 사업을 예산안에 반영시킬 수 있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야당이 20대 원 구성 협상에서 유일하게 가져온 알짜 위원장 자리입니다. 그러나 “국회 예결위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비중은 전체 예산의 1% 정도밖에 안된다”며 상설위원회가 아닌 예결위의 권한이 실제보다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18. 윤리특별위원회 | 19대 새누리당 → 20대 더민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의원의 징계를 논의하는 곳이 윤리특위입니다. 물리력으로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 진행을 방해하는 의원도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윤리특위에서 징계가 가능합니다. 19대 국회와 비교하면, 상임위원장 자리 2곳을 내놔야 했던 새누리당은 예결위와 외교통상위를 더민주에 줬습니다. 중요 상임위로 꼽혔던 운영위·정무위·기재위·미방위는 사수했습니다. 19대 국회와 같이 상임위원장 여덟 자리를 유지한 더민주는 예결위·외교통상위를 새누리당에서 받고 교문위·산자위원장을 국민의당에 넘겼습니다. 더민주는 국회의장을 얻었고 새누리당은 중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지켰습니다. 국민의당은 알짜 상임위원장 자리를 얻었습니다. 누가 원 구성 협상의 승자일까요. 각 당의 손익 계산서는 향후 전개될 의정 활동의 결과물을 보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태규 김원철 기자 dokbul@hani.co.kr[언니가 보고있다 #22_새누리의 파안대소, 더민주의 쓴웃음] ◎ 정치BAR 페이스북 바로가기 ◎ 정치BAR 텔레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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