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라리 ‘한국은 미국 아닌 중국 선택해야’라고 밝히라”(<조선일보>)
“동맹 신뢰 갉아먹은 이수혁, 주미 대사 자격 있나”(<중앙일보>)
“주미대사 신분 망각한 ‘선택적 동맹론’…수준 미달 ‘코드 대사”(<동아일보>)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의 한-미 동맹 관련 발언을 두고 보수 언론이 14일 쏟아낸 공세를 보면서, 이 문제가 한국 사회의 좌우를 가르는 정치적 단층선임을 다시 한번 절감합니다. 이 대사는 지난 12일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다. 앞으로도 미국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미 동맹이) 우리의 국익이 되어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한-미 동맹도 굳건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 발언은 국익에 대한 주권국가들의 냉정한 판단에 기초해 작동하는 국제정치 현실을 설명하는 ‘일반론’으로는 아무 문제 없는 발언입니다. 이 대사가 지난달 3일 미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화상회의에서 밝힌 대로 “한국이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기대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고, “안보만으로 나라가 존속할 수 없고, 경제활동 역시 안보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못지않게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도 지난달 12일 자민당 토론회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구상’(쿼드)은 “전략적으로 옳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박진·정진석 등 야당 의원들의 지적대로,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동맹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투의 발언을 주미 한국대사가 반복하는 게 국익에 부합할지 의문입니다.
한국전쟁 때 무려 3만3739명이나 되는 미국 젊은이가 전투 중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국은 이후 미국이 주도한 전후 국제질서 속에서 민주화와 산업화에 동시에 성공하는 기적을 일궈냈습니다. 자신들이 피를 흘려 지켜낸 한국의 성공은 어느 순간부터 ‘미국의 자랑’이 되었습니다.
동맹을 유지하려면 말 못 할 대가가 따릅니다. 한국은 미국의 관여를 보장받기 위해 평택 대추리·도두리 농민들을 내쫓고 현재 미국이 보유 중인 가장 큰 해외 군사기지를 제공했습니다. 처참했던 ‘윤금이 사건’부터 최근 ‘사드 논란’까지 우리가 치른 대가를 열거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반대로 미국은 자신들의 방어 공약을 입증하기 위해 이 기지에 미군과 그 가족 등 4만5천여명을 배치하고 있습니다.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들의 운명이 ‘확장억지’(핵우산)를 포함한 미국의 결단을 추동하게 될 것입니다.
국익이 달라지고, 사랑이 식으면 동맹은 종료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헤어질 것도 아닌데, “사랑은 어차피 변하는 것”이라고 거듭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현명한 침묵은 때로 금이 됩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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