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처음으로 4일 한국을 방문해 한-중 관계 회복 방안과 한반도, 동북아 정세 등을 논의했다. 한-중 양자 외교 차원에선 2014년 5월 이후 5년7개월 만의 공식 방한으로, 한-중 관계가 사드 사태의 후유증을 딛고 회복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왕 부장은 이날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20분 동안 회담을 한 뒤, 만찬도 함께하며 양국 관계와 한반도 정세 등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늘 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5일엔 왕 부장이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다. 한국 전·현직 국회의원, 기업인, 언론인 등과 오찬 행사도 예정돼 있다.
왕 부장의 이번 방한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일정이 확정될지 여부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2월 중국을 방문한 지 2년이 됐지만,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7월 국빈 방한을 마지막으로 한국을 찾지 않았다. 왕 부장은 이날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웃 나라로서 고위층 교류를 강화할 것이고, (그 문제에 대해) 계속 논의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시 주석이 내년 3월께로 예정된 일본 방문에 앞서 방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앞서 이달 말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날 가능성도 있다. 한·중·일 정상회의에는 중국 쪽에서 리커창 총리가 참석하지만, 문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회담을 하고 청두로 가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시 주석의 방한과 양국 정상회담은 한-중 관계 개선의 중요한 시금석으로 여겨진다.
왕 부장의 이번 방한은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 내부에서도 ‘주변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흐름 속에 이뤄졌다. 사드 갈등 이후 중국의 ‘한한령’으로 중국인들의 한국행 단체관광, 대중문화 교류 등 제한을 받고 있는 상황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북한이 “새로운 길”을 예고한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에 대한 한-중의 전략적 협력 강화도 이날 회담에서 긴밀히 논의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인식을 공유했다”면서 “북한의 핵보유를 용인할 수 없고, 한반도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공통의 인식을 바탕으로 북-미 대화가 착실하게 진전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양국이 협력하자고 의견을 나눴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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