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평양을 방문해 2박3일 머무르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다. 남북 정상의 만남은 올해에만 세번째이며,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취임 후 첫번째이다. 역사적 의미를 띠지 않은 남북 정상의 만남이 없겠지만, 이번 평양 정상회담은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의 심각성에 비추어 그 의미가 더없이 무겁고 깊다.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9월 말 한-미 정상회담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운명’이 남북 두 정상의 어깨에 놓여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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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정상회담의 의제는 예고된 대로 남북관계 발전, 군사적 긴장 완화, 한반도 비핵화 촉진으로 요약된다. 이 가운데 군사적 긴장 완화는 구체적 합의 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다. 지난주 장성급 실무회담을 통해 남북은 비무장지대(DMZ) 안 감시초소(GP) 시범철수 등 그동안 논의된 사안에 사실상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남북공동어로수역으로 만드는 문제다. 남북 정상이 이 문제에서 실질적 합의를 이뤄낸다면 긴장 완화와 평화 증진에 큰 도약이 될 것이다.

3차 정상회담의 주요 관심사가 남북관계 발전, 그중에서도 남북경협 확대임은 다수의 경제계 인사가 방북단에 포함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엄격한 대북 국제제재가 시행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남북 경협의 본격화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국제 제재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야 한다. 특히 경제제재가 완화됐을 때 즉각 경협을 확대할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사전 논의를 충분히 해야 한다. 남북 경협 확대는 북쪽의 경제발전 기회일 뿐만 아니라 성장동력이 한계에 봉착한 남쪽 경제에도 활로가 되기에 이 분야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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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방북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은 것은 비핵화 문제를 둘러싸고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비핵화 문제를 놓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북-미 사이에는 ‘종전선언과 비핵화 초기 조처’의 선후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북-미 협상의 중재자이자 촉진자로서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상세히 전하되,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해 김 위원장을 설득해야 한다.

이 문제가 풀릴 경우,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낼 수 있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전망도 밝아질 것이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 협상 교착 해소가 한반도 전체의 운명과 직결된 문제임을 직시하고, 문 대통령과 협업한다는 자세로 적극적인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열리는 평양 회담이 남북 정상의 허심탄회한 논의와 통 큰 합의로 겨레에게 큰 선물을 안기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