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대미 투자 ‘검토’ 대상의 하나인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비가 무려 10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이 사업을 총괄했던 미국 기관의 전직 고위 관계자에게서 나왔다. 사정이 이런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투자가 확정된 것인 양 연일 자신의 성과를 부풀리고 있다.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후속 협상에서 ‘밑 빠진 독’을 떠안지 않도록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는 알래스카에서 알래스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인프라 사업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의 출범을 알렸다”며 “한국의 500억달러(약 67조원) 규모 인프라 투자는 나와 그들의 무역·투자 합의의 일부”라고 밝혔다. 전날 알래스카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한 뒤, 한국의 투자 참여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거듭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한·미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대미 투자 계획 공동 설명자료를 보면, 알래스카에 약 1300㎞ 가스관을 놓는 이 사업은 명백히 ‘검토 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총사업비 500억달러 역시 한국 정부와 합의한 바 없는 미 정부의 일방적 추산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 사업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가 500억달러조차 과소 추계된 금액이라며 의문을 제기한다는 점이다. 브루스 탠지먼 전 알래스카 가스라인개발공사(AGDC)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3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10년 전 총사업비를 약 440억달러로 추산했을 때도 경제성 문제로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손을 뗐던 사업”이라며 “10년간의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현재 개발사가 제시하는 445억~545억달러는 지나치게 낮고, 전문가들은 최소 600억달러 이상은 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추정한 사업비는 최대 750억달러(약 101조원)다.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을 충족하지 못하면 투자하지 않는다는 한미전략적투자특별법의 원칙 아래, 모든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사업비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 등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투자를 결정하더라도, 사업이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등에 대한 겹겹의 보호장치를 갖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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