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지금까지 세차례나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던 육군사관학교의 역사를 언급하며 “거기에 책임을 물은 일이 있냐” “(사관학교) 통합을 하면 이런 가능성이 좀 줄어들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묶으려는 정부안에 대해 강한 반대가 이어지자, 개혁의 ‘본질적 명분’을 내세워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굳이 이 대통령의 언급이 없더라도 정부 수립 이후 육사 출신들이 우리 헌정 질서를 근본부터 뒤엎는 쿠데타를 세번이나 일으켰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국방부는 유능하면서도 ‘민주적 덕성’을 갖춘 장교를 길러내기 위한 최적의 방안은 무엇일지 시민사회와 활발히 소통하면서 좀 더 본질적인 고민을 해주기 바란다.
이 대통령은 5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통합 국군사관학교 설치와 관련해 논란이 있는데,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군사 쿠데타가 몇번 있었나”라며 “무려 세번이나 한 중심이 육사인데, 한번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 5·16 쿠데타는 김종필 등 육사 8기, 12·12 쿠데타는 전두환 등 육사 11기, 12·3 내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학연으로 이어진 김용현(38기), 여인형(48기) 등 충암파가 주도해 일으켰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됐는데 육군 장성들이 동조해 군사 친위 쿠데타를 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느냐. 못 하게 해야 할 거 아니냐. 구조적으로, 절대로”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하나회’ 같은 군내 비민주적 사조직에 대한 사회 전체의 경계 의식이 느슨해진 틈을 타, 육사 출신 일부 장교들이 다시 한번 국민을 배신한 것이 12·3 내란이었다.
국방부는 그동안 사관학교 통합의 명분으로 △비효율 제거 △육·해·공 합동성 강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대비 등을 꼽아왔다. 육사 출신 고위 장성들의 반발을 살 수 있는 ‘내란 책임’이라는 직설적 명분보다, 통합으로 생겨나는 여러 군사적 이점을 좀 더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통합을 추진하는 중요한 목적이 역사적 과오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재발을 막는 것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연방군을 재건하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제복을 입은 시민’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나치 시절의 참담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선언이었다. 쉽지 않은 개혁에 성공하려면, 그 개혁이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대해 사회가 공감하는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 반대쪽에서도 ‘일부의 잘못을 전체에게 전가한다’는 식의 접근에서 벗어나 공동체 전체를 생각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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