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도시 주택 공급 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도시 주택 공급 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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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월10일까지 감사원에 제출해야 하는 국가결산보고서 심의를 총선 뒤로 연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세수 펑크가 발생해 국가부채 규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총선 전에 결산 결과를 확정하면 여당에 불리하니 일부러 연기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는 총선 다음날인 11일 국무회의에서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하고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가재정법 59조는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회계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회계연도마다 작성하여 대통령의 승인을 받은 국가결산보고서를 다음 연도 4월10일까지 감사원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11일 국무회의에서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하면 국가재정법이 정한 10일을 넘겨 법을 위반하게 된다.

그동안 정부는 대개 4월 초 국무회의에서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해왔다. 최근 사례를 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4월 첫째 화요일 국무회의에서 결산 심의를 했다. 2018년 심의일은 3월 마지막 월요일이었다. 그런데 유독 올해만 총선 다음날인 4월 둘째 목요일에야 국무회의를 열어 결산 심의를 하는 것은 총선을 의식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각종 선심성 감세 방안과 개발정책은 선거 개입 혐의로 고발까지 당해가면서 굳이 총선 전에 발표하더니, 전년도 회계결산은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총선 뒤에 하겠다는 것이다. 불법과 탈법을 동원해서라도 총선 결과를 여당에 유리하게 이끌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설명하기 어려운 비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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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감사원에 제출한 국가결산보고서는 감사원의 검사를 거쳐 정부에 재송부되고, 정부는 이를 5월31일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국가재정법이 날짜까지 못 박아 결산 절차를 법으로 정한 이유는 국민의 대표가 국가의 1년치 살림이 제대로 쓰였는지 검증할 수 있도록 하고, 다음해 예산도 정해진 날짜에 맞게 차질 없이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정부의 국가재정법 위반은 국민에 대한 보고 의무를 저버린 반국민적 불법 행위다.

지난해 정부는 무리한 부자 감세와 잘못된 경기 예측으로 사상 최대 세수 펑크가 발생하자 예산에 잡혀 있던 45조7천억원을 집행하지 않았고,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 줘야 할 교부금과 교부세 16조4천억원을 무단으로 지급하지 않는 등 파행적인 재정운용을 거듭했다. 대체 언제까지 국민과 법을 무시하는 행태를 계속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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