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욱 ㅣ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선거 이후 ‘세대’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 ‘586세대’가 얼마나 썩었나? 40대는 왜 남았나? 30대는 왜 떠났나? 20대는 누구인가? 이런 질문을 놓고 공방이 오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세대론의 오용이 연령집단들을 낙인찍고 동원하는 폭력이 되고 있음을 우려하게 된다.

한국처럼 사회변동이 빠른 나라에서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세대 차이를 경험한다. 농촌세대, 산업세대, 정보세대가 같은 직장을 다니고, 같은 지하철에 앉고, 같은 날 투표한다. 20세기 초 블로흐, 베냐민, 핀더 등 인문학자들이 ‘비동시적인 것의 동시성’, ‘동시적인 것의 비동시성’이라고 명명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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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람들이 상이한 세대의 공존 속에 살고 있는 현실은, 세대론을 위험하게 만드는 토양이 된다. ‘세대’에 호소하는 것은 사람들의 일상적 경험에 접속하여 편견을 조직하고 분노를 동원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성별과 피부색 같은 외형에 근거한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것도 같은 이치다.

무엇보다 특정 연령대를 손쉽게 규정하고 낙인찍는 ‘한 단어 세대론’에서 타인에 대한 폭력이 시작된다. ‘위선의 586’, ‘영끌 30대’, ‘일베 이대남’, ‘메갈 이대녀’ 같은 경멸과 혐오의 언어가 난무한다. ‘전라도’, ‘빨갱이’, ‘고졸’ 등 차별적 언어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한 집단을 부정적 이미지에 감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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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낙인은 세대를 동질적 집단으로 간주하는 흔한 사고방식 위에서 작동한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출생한 인구집단이 유사한 사회적 속성을 갖는 경우는 현실에서 드물다. 사회구조적 위치, 일상의 경험, 의식과 가치, 세대적 동류의식 중 하나라도 비슷해야 ‘사회적 세대’, ‘역사적 세대’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최고의 불평등 연구자인 신광영 교수와 김창환 교수가 각각 2009년과 2020년에 발표한 논문은 공통적으로 2000년대 한국에서 세대 내의 불평등이 세대 간의 불평등보다 훨씬 더 심각하며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지금 한국에서 세대는 계급적으로 찢어진 범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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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세대를 한 덩어리로 묶어서 거기에 분노, 혐오, 경멸의 감정을 투사하는 일이 빈번하다. 어떤 연령대의 일부 집단의 속성을 연령대 전체의 속성으로 허위일반화하는 허구적 세대론의 장치를 통해서다. 예를 들어 50대 권력층의 비리를 보고 ‘50대’를 매도하며, 20대 극우를 보고 ‘20대’를 비난하는 일 등이다.

현실에서 동일 연령대는 구조적 위치도, 삶의 조건도, 경험과 의식도 같지 않다. ‘청년’을 보자. 많은 연구는 지난 10여년간 청년층 내 양극화의 심화를 확인했다. 한쪽 끝에 미래를 향해 달리는 상층계급 자녀들이 있다면, 반대편엔 미래가 안 보이는 저소득층 청년들, 그 중간에 불안한 중산층 자녀들이 있다.

그러니 정글자본주의를 힘겹게 버티며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경험이 없다, 역사의식이 없다, 신자유주의 세대다, 이런 관념적 비판을 말라. 또한 청년들이 50대에 분노한다, ‘586 아웃(OUT)’이다, 댄디 보수가 뜬다, 이런 의식조작도 그만하라. 오직 청년의 삶과 미래를 보라. 거기 동참하라.

‘586’은 어떠한가? 60년대생, 50대는 고도성장기에 취직해서 지금도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는 서사가 퍼져 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생애주직장의 퇴직 연령은 2018년에 49살까지 내려왔다. 지금 비정규직 비율이 최고인 연령대, 알바 노동이 점증하는 연령대가 20대와 50대다. ‘흙수저’ 청년과 그 부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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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세대가 부와 권력을 독점해서 청년을 착취한다’는 세대불평등론은 한 세대에 대한 혐오를 유발한 대표 사례다. 정치권, 기업 임원, 대기업 노조원에 50대가 많다. 하지만 이를 50대 ‘세대’ 특성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계급현실을 곡해한다. 중년의 알바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의 처진 어깨에 기득권의 딱지를 붙이겠는가.

이처럼 세대라는 형식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그것은 결국 좋은 일자리, 기본적 소득 보장, 인간다운 주거, 성적 자기결정권, 모든 인간의 평등한 존엄이라는 사회적 가치의 문제다. 이 가치들이 세대의 주술에 걸려 소멸되지 않게 하자. 불평등, 차별, 폭력과 대결할 언어를 해방시키자. 청년·학생 시국선언 원탁회의가 오는 30일에 선포할 ‘청년 시국선언’을 지지한다. “세대로 우리를 가두지 말라.” 이들의 외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