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순억
경기도교육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눈부신 봄이다. 학교의 시계로는 오늘이 새해다. 새봄처럼 싱그러운 210만여명의 신입생들이 학교에 간다. 900만명을 넘는 학생들이 새로운 만남과 배움을 시작한다. 오늘, 전국의 학교와 교실에서는 관계의 대폭발이 일어난다. 서로의 인생에 깊게 개입할 수많은 사람들과 얽히고 엮이는 사회가 한순간에 구성된다. 오늘 학교는 기적과 혁명이 시작되는 시공간이다. 누군가의 운명을 바꾸고 새로운 역사를 여는 만남이 탄생하는 날이다. 누구에게나 처음의 기억은 강렬하다. 시기가 유년이거나 종류가 상처일 경우, 기억의 각인은 평생을 두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 만나는 모든 이들이 서로에게 유독 다정하여야 하는 이유다.
교육이 무거운 시대다. 공공의 합의와 원칙이 파기된 공간에 개인과 집단의 욕망과 안간힘만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입시 치킨게임’은 누구에게도 승자를 허락하지 않는다. 뜻깊은 교사와 학부모, 시민들이 학교를 바꾸기 위한 실천을 펼쳐왔지만 바로잡기는 힘에 부친다. 전국 학교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문제이고, 양극화라는 학교 밖 구조가 만들어낸 사회현상에 가까운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랴. 교육문제 대부분이 사회문제에서 나오지만 그 사회문제를 풀어내는 해법 또한 교육에서 나온다. 행복지수 1위 덴마크 행복사회의 비밀은 150년 동안 지속해온 학교와 교육의 노력 덕분이었다. 덴마크 학교가 사회를 바꾸고 교육이 그 나라를 만들었다.
학교가 한 인생에, 한 사회에 힘이고 희망이기 위한 각자의 다짐을 하기에 오늘은 더없이 좋은 날이다. 이기기 위한 충혈된 공부보다 반짝이는 탐구심으로 서로의 머리를 맞대는 교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우리 아이들이 성적과 취업에 대한 걱정 대신 어떤 삶을 살 것인가를 더 고민했으면 좋겠다.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있지만 아닌 사람이 더 많으므로 ‘쫄지’ 않았으면 좋겠다. 운으로 많은 것을 누리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사람도 많다. 간절함이 운을 이긴다는 것을 믿었으면 좋겠다.
부모의 다짐은 지혜롭고 따뜻했으면 좋겠다. 부모들은 아이가 커갈수록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 도움을 줄 전문지식도 자동으로 늘어난다고 착각한다. 사실은 정반대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실체에 접근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부모가 불안해하면 아이는 당연히 불안하게 성장한다. 가장 결핍을 모르고 성장한 아이가 가장 결핍이 많은 아이가 되는 역설도 흔하다. 아이를 잘 보살펴 키우고 그런 다음 자유롭게 놓아주는 건강한 양육을 하려면 부모의 특별한 다짐이 필요하다. 최악은 아이를 잘 돌보지 않으면서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려는 아이의 노력을 묵살할 때 나온다.
교육의 힘은 끝내는 교사의 힘이다. 가르치는 일만큼 용기와 지식과 인격을 필요로 하는 일도 드물다. 가르침을 향한 길은 발견과 놀라움, 실망과 성취감을 동반한 복잡한 여정이다. 그래서 훌륭한 교사는 존재 자체가 언제나 최고의 교육과정이다. 오늘, 교실마다 가르치는 이의 순정한 기쁨이 샘처럼 솟는 만남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저마다의 배움의 본능을 분출시키고, 지치고 아픈 영혼들을 다독이는 눈빛과 표정과 손길을 지닌 교사의 위대함이 온통 빛났으면 좋겠다.
박인환의 시처럼, 이름은 잊어도 눈동자와 입술은 가슴에 남는 법이다. 수십년이 지나도 첫인상의 감각은 분별과 이성의 기억에 우선한다. 오늘, 서로에게 평생 잊지 못할 ‘눈동자’를 만나는 행복한 기적이 온 나라 교실에 봄꽃 터지듯 피어났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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