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나라를 세운 태조 주원장은 맹자를 몹시 싫어했다. 맹자가 내세운 왕도정치의 상당 부분이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불온한 사상이라고 여긴 탓이다. 엊그제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은 민귀군경(民貴君輕)이 대표적이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다음이며, 군주는 가벼운 것이다”라는 말에 주원장은 발끈했다. 그는 맹자의 위패를 공자의 사당인 문묘에서 쫓아내라고 명령하는가 하면 <맹자> 가운데 85개 구절을 삭제해 <맹자절문>(孟子節文)이라는 누더기 책을 펴냈다. “군주가 큰 잘못이 있으면 간하고, 반복해 간해도 듣지 않으면 군주의 자리를 바꾼다” “군주가 신하를 초개처럼 여기면 신하도 군주를 원수처럼 대한다”는 등의 주옥같은 문장들이 모두 날아갔다. 삭제된 문장을 가지고는 과거시험 문제를 낼 수도 없었다.
순자도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말 역시 군주에게는 불온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런 이치를 실천에 잘 옮긴 이가 바로 당태종이다. 신하 위징이 순자의 이 말을 인용해 직언하자 태종은 이를 마음에 새기고 태자에게도 절대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태종은 위징에게 어떻게 해야 혼군(昏君, 사리에 어둡고 어리석은 임금)이 되지 않고 명군(明君)이 될 수 있는지를 물었다. 위징은 임금이 듣기 좋아하는 말만 골라 했던 간신 우세기를 총애한 수양제를 예로 들면서 “두루 폭넓게 들으면 밝아지고 편벽하게 들으면 어두워진다”는 유명한 답변으로 그 물음에 답했다.
위정자는 백성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옛 성현의 말씀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등장한 것 자체가 현 정권에는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지금 이 나라 군주의 행보를 보면 여전히 민심에 귀 막고 ‘혼군’의 길을 쫓아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
김종구 논설위원 kj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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