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안화 시세를 올리라며 미국이 다시 중국을 압박하고 유럽·일본도 동조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일본 엔도 21년 만의 약세다. 9일 독일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도 엔 약세를 주요 의제로 다룬단다.
일본 경제가 잘 나간다는데, 엔 약세라니? ‘초저금리’ 정책 결과다. 초저금리를 고집하는 건 일본 정부가 성장정책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 기준금리가 연 5.25%, 유럽연합 쪽이 3.50%인데 비해 일본 은행 목표 단기금리는 0.25%다. 그 덕에 일본은 수출 호조로 경제 주름살이 펴지고 있으나 유럽은 볼멘소리다. 미국은 일본 경기회복이 우선이라며 유럽을 편들지 않고 있다.
저금리 통화를 차입해 고금리 통화로 바꾼 뒤 주식이나 채권, 원유·금 등에 투자해서 금리 차익을 노리는 거래가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다. 요즘 자주 등장한 ‘엔 캐리’는 엔 캐리 트레이드를 가리킨다. 엔을 빌려 유로나 달러로 바꾸면 외환시장에 방출된 엔의 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금리와 엔 캐리, 엔 약세의 서로 꼬리를 문 순환상승 작용인 셈이다. 엔 캐리는 주로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이나 은행들이 애용하는 수법인데, 요즘은 개인 자산가들도 가세하고 있다. 엔 보유자들이 엔을 팔고 고금리 통화를 운용하며 금리차익을 노리거나, 고금리 통화로 빚진 이들이 엔을 빌려 부채탕감 효과를 노리는 건 당연지사. 일본의 가계자산 규모는 무려 1500조엔. 최근 일본 가계자산에서 외환 베이스 자산이 늘고 있고 그 비율은 2.3%에 이른다. 0.1%만 늘어도 1조5천억엔이다.
일본 정부는 개인소비가 여전히 신통찮아 아직 디플레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미국 유럽 등에 비해 경제토대가 약한 이상 엔 캐리 성행은 당연하다는 자세다. 엔 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거라는 얘기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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