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소연 | 사회정책부장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교육 정책이다. 쉽게 설명하면, 강원대·경북대·부산대 등 9개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얘기다. 대통령 선거 공약에 이어 지난달 16일 발표한 ‘123 국정과제’에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거점국립대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수준으로 올리고, 교육·연구 경쟁력을 높일 예정이다. 최고 수준의 ‘국가석좌교수’ 제도를 만들어 지원하고, 지역 성장과 연계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서울대를 중심으로 한 대학 서열 구조에 균열을 내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아이들의 입시 부담을 조금은 줄이겠다는 의도도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대학 개혁을 통한 서열 체제 완화 및 인재 양성→지역 성장→국가균형발전이란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런 측면에서 교육 정책이면서 지역균형발전 전략이기도 하다.
정부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국가균형발전 방안을 발표하면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주요 정책에 포함시켰다. 교육부는 거점국립대를 키우기 위해 5년 동안 4조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두고 교육계에선 관련 토론회가 잇따라 열리는 등 관심이 뜨겁다. 국립대·사립대, 수도권·비수도권 등 저마다 무게중심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필요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서울의 ‘소수 명문대’에 교육 자원이 집중되고, 학생들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지방대학이 고사 상태에 내몰리는 것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긍정적인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에 재정을 투입해봤자, 깨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부터 ‘고등교육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사립대의 재정위기가 더 시급하다’는 비판도 있다. 대학 개혁을 위해 과거 수많은 정책이 추진되고 재정이 투입됐지만, 더욱 나빠진 교육 현실도 냉소를 키운다.
거점국립대가 서울대 수준으로 올라간다고 해서, 수도권 쏠림이 완화될 수 있을지 불신도 만만치 않다. 종로학원이 올해 6월30일부터 7월4일까지 고교 1~3학년과 엔(n)수생, 학부모 668명을 대상으로 온·오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5.7%는 ‘서울대가 10개 만들어질 경우 진학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졸업 뒤 지역에서 취업 및 정착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엔 ‘없다’가 47%로 ‘있다’(26.3%)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질 좋은 일자리 등 지역의 생태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본질적 해법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교육 불평등 연구자인 최성수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최근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 “대학 서열 구조의 ‘상위’를 지역에 분산하려는 취지 자체는 유의미하지만, 본질적인 해법은 될 수 없다”며 “통로를 약간 넓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의 문제의식은 이렇다. 대학 진학률이 73.6%(2024년 기준)에 이르는 등 대학생 구성이 과거 ‘소수 엘리트’에서 “훨씬 다양한 조건과 동기를 가진 이들이 모이는 공간”이 됐다고 진단한다. 최 교수는 “대학생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지방대와 전문대 학생들을 (우리 사회가) ‘문제’ 혹은 ‘실패’로 간주한다”며 “필요한 것은 ‘실패한’ 청년들의 구제가 아니라, 애초에 그들을 실패자로 만드는 제도의 변화”라고 꼬집었다.
한때 우리에게 희망이 되기도 했던 교육이 지금은 답도 없는 고통에 가깝다. 학창 시절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10·20대 사망 원인 1위는 12년 연속 ‘자살’이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5’ 보고서를 보면, 스트레스 인지율, 범불안장애 경험률, 자살률 등 청소년 정신 건강 3대 지표는 모두 악화하고 있다. 이런 양상이 오랫동안 반복되다 보니, 사회 전체가 체념하는 분위기다. 나종호 미국 예일대 교수(정신의학)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살 통계를 언급하며 “사회적 재난 수준이다. 젊은 세대의 절망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한계는 분명하지만, 그래도 ‘교육 지옥’에서 빠져나올 통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교육부는 올해 말까지 ‘서울대 10개 만들기’ 세부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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