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현은 | 법조팀 기자
언젠가 책을 한번 내보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구체적으로 주제를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자가 되고는 취재하는 분야에 대해 책을 써봐도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감사하게도 그런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과 그 이후 겪은 시간을 헌법을 필두로 관련 법률 조문 등을 통해 분석하는 책을 쓰게 된 것이다. 다양한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계엄과 내란의 의미가 무엇인지, 헌법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패가 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고 토의했다. 그를 토대로 4명의 변호사, 그리고 헌법재판소와 내란 재판 현장 취재 경험이 있는 법조팀 기자인 나까지 해서 계엄 이후 대한민국 사회가 마주한 현실, 그리고 그를 구한 법에 대해 글을 썼다. 그렇게 탄생한 책은 이름하여 ‘헌법으로 돌아가라’다. 헌법 전문가가 아닌 나에게는 민망한 제목이지만, 고민 끝에 나온 이 제목이 우리의 결론을 제일 잘 보여주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멀기만 한 민주주의와 헌법을 그 어느 때보다 시민과 가깝게 만든 것이 지난 비상계엄이었다. 그 이후 일련의 과정에서 선거 슬로건에서나 익숙하게 듣던 주권자라는 정체성을 당당하게 꺼내놓고 느낄 수 있기도 했다. 새삼스럽게도 헌법이 주권자를 지키는 수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책이 출간되고 책을 사 와서 사인을 요구하는 지인들에게 어떤 문구를 쓰는 게 좋을까 하다가 민망함을 감추고 거창하게 ‘12·3 계엄을 막은 힘은 헌법, 그리고 당신’이라는 문구를 썼다. 눈치챘겠지만, 이는 사실 지난 4월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서 따왔다. 헌법재판소는 탄핵 결정문에서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 임무 수행 덕분이었다”고 적었다.
“재판관들이 뭐 한 게 있습니까. 나라는 국민이 구한 겁니다. 재판관이 어떻게 구합니까.”
헌법의 힘을 알게 된 가장 강력한 계기가 된 윤 전 대통령 파면, 그 중심에 있었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도 비슷한 내용을 강조했다. 파면 이후 약 5개월의 시간이 흐른 시점, 지난달 29일 문 전 대행과 인터뷰를 나눴다. 문 전 대행은 인터뷰 중 헌법을 40번 넘게 언급했다. 삼권분립에 대해 강조하고 헌법 불합치 결정에 대한 국회의 미진한 대응에 비판을 하면서도, 문 전 대행은 “헌법을 자세히 보세요”라고 말했다. 헌법이 규정한 삼권은 주권자가 국회, 대통령, 사법부에 권한을 배분하라고 명한 것이며, 헌법 불합치는 주권자의 위임에 따른 헌법적인 결단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몇달 동안 취재와 집필을 병행하며 절실히 깨달은 건, 헌법은 단순히 법률 문구의 집합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권력을 구속하는 장치일 뿐 아니라 시민을 지켜내는 약속이었다.
비상계엄의 위기 가운데 우리가 다시 확인한 건 결국 시민의 힘이었다. 시민이 헌법을 자기 삶과 연결해 이해하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기에 권력의 폭주를 막을 수 있었다. 책 제목을 ‘헌법으로 돌아가라’라고 정한 것도, 결국 해답은 멀리 있지 않고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2024년의 비상계엄은 끝이 났지만 또 어떤 위기가 닥칠지는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모두가 조금 더 헌법으로 돌아가보는 건 어떨까. 조심스럽게 책과 인터뷰 일독을 권하며 칼럼을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