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석재 | 도쿄 특파원
“큰 지진이 많은 나라라고 하던데….”
지난 8월 일본 도쿄로 떠나는 막내아들에게 어머니는 말을 가리고 가려 그중 물기 적은 것을 고른 듯했다. 출국을 일주일께 앞두고 일본 서남부 미야자키현에 규모 7.1 큰 지진이 일어난 터였다. 100여년에 한번씩 오는 ‘난카이 대지진’ 전조가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와 내심 걱정을 했지만 별 탈 없이 넉달을 보냈다. 한국에서 대통령의 맥락 없는 ‘비상계엄 선포’가 있었던 지난 3일 밤, 이번엔 먼저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별일 아닌 거로 끝날 테니 너무 놀라지 말고 계세요.”
둘 다 일어나선 안 될 일이지만, 사실 일본에서 ‘난카이 지진이 났다’는 소식보다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 뉴스를 먼저 들을 줄은 몰랐다. 대통령이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이라며 비상계엄을 선언한 데 한번 놀라고, 이를 건의해 관철한 국방장관이 “중과부적이었다”며 국민을 거리낌 없이 ‘적’으로 돌렸다는 데 또 놀랐다. 통제 범위를 벗어난 관료들이 나라를 좀먹는 초대형 사고를 친 셈이다.
일본에서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의 시작과 끝을 “역동적인 한국 정치의 드라마 같은 결말”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실제 일부 일본 누리꾼들은 소셜미디어(SNS)에 “오늘 밤 민주주의를 대하는 일본과 (한국의) 각오 차이를 본 기분이다. 진짜 영화 같다”거나, “일본에 같은 상황이 생겼을 때 이렇게 저항할 수 있을까. 손에 식은땀을 쥐고 지켜본다”는 등 반응을 내놨다. 정치·경제적 선진국에서 돌연 계엄령 선포 자체가 초현실적인데다 국민과 야당, 일부 여당이 힘을 합쳐 비상계엄이라는 ‘빌런’을 물리치는 장면에서 이런 느낌을 받았을까. 무장한 최정예 특수부대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진입을 서두르는 찰나, 국회의장 앞에 계엄 해제 요구 안건이 도착할 듯 말 듯 한 대목에서 손에 땀을 쥐는 스릴러적 요소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는 특정 정치인이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초대형 사고를 치기 상대적으로 어렵다. 한국 정치에 ‘다이내믹 코리아’의 면모가 잦은 것은 주로 권력 구조 차이 때문인 것 같다. 일본은 의원내각제 국가 가운데서도 유독 총리 권한이 약한 쪽이다. 강력한 구심점이 사라진 것을 ‘꼭짓점이 잘려나간 피라미드’에 비유하기도 한다. 반면 한국은 대통령제 국가 가운데서도 ‘제왕적’으로 불리는 제도를 갖고 있다. 5년에 한번 직접 선거로 최고 권력자를 뽑을 때마다 사회 전체가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쓸린다. ‘꼭짓점이 너무 날카로운 피라미드’인 셈이다.
일본 정치권도 이웃 나라의 ‘비상계엄 사태’에 덩달아 분주해졌다. 지난 4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방위상·외무상과 한국 정세와 관련해 머리를 맞댔다. 총리와 방위상이 방한을 계획했는데 “당분간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언론 쪽 반응은 어떨까. 일본 언론들은 ‘일-한 관계 후퇴 위기감’(요미우리), ‘하룻밤 새 일-한 전망 불투명’(아사히), ‘반일 제자리 우려’(산케이) 등을 주요하게 다뤘다. 상황이 조금 진정된 5일 일본 한 기자로부터 “한국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또 다른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상상 이상으로 위험한 사람이라고 느꼈다”며 “많은 한국 언론과 국민, 여야 정치인들이 계엄에 따르지 않는 데 감동받았다”는 응원을 보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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