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가 담긴 당헌 개정안이 5일 민주당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지방선거에서 권리당원만으로 예비 경선을 진행하겠다는 공천 룰 변경안까지 함께 부결되면서 정 대표의 리더십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당 안에선 이번 결과를 두고 ‘그동안 정청래 지도부의 당무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때도 하지 않았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당원들에게 사과했다.
민주당이 이날 당 중앙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 투표는 재적 중앙위원의 과반(299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됐다. 투표(596명 중 373명, 62.58%)한 이들 중 찬성 비율이 72.65%(271명)에 달했지만, ‘재적 중앙위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또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후보자에 대한 투표권을 상무위원이 아닌 권리당원에게 주는 내용을 담은 또다른 당헌 개정안도 이날 부결됐다.
이날 부결된 1인 1표제는 ‘당원 주권 강화’라는 정 대표의 전당대회 공약에 따라 추진돼왔다. 당 지도부(당대표·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 투표에 주어진 가중치를 없애고,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가치를 같게 하는 방안이다.
이날 표결이 이뤄지기 전까지만 해도, 1인1표제가 무난히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당원 주권 시대’를 만들자는 대의 명분이 있는데다, 여러 논란 속에 당의 약세 지역(전략 지역)에 가중치를 두는 등의 보완책이 담긴 수정안을 올렸기 때문이다.
당 안에선 정 대표가 지나치게 결과를 자신하고 안일하게 표 관리를 한 탓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헌을 개정하려면 투표 참여자가 아닌 전체 중앙위원 중 과반 찬성이 필요한 만큼 마지막까지 투표 참여를 더 독려했어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596명의 중앙위원에는 당 지도부와 소속 국회의원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과 시·도당 위원장 등이 포함돼 있는데, 특히 내년 지방선거 공천 룰을 바꾸는 당헌 개정안을 두고선 기존에 갖고 있던 권한을 권리당원들에게 내어주어야 하는 시·도당위원장 등의 내재적 불만이 있던 상황이다.
‘대의원·전략지역 당원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수정안 통과로 어느 정도 파열음은 해소됐지만, 이런 사안은 투표 전 중앙위원들에게 상당히 설명히 필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절차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이재명 대표 시절 (대의원 표 반영 비율을 낮추는) 당헌 개정안을 상정할 때는 지도부가 일일이 중앙위원들에게 전화를 해서 투표율이 80%쯤 된 것”이라고 했다.
더 근본적으로는 ‘정청래 리더십’에 대해 당원들의 신뢰가 떨어진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여럿 나온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정 대표가 수정안을 수용한 만큼, 이번 투표를 조직적으로 사보타주(태업)하려는 움직임이 없었다”며 “그런데도 부결됐다는 건 정청래 지도부에 대해 근본적인 신뢰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당내 논란이 터져 나오는 등 정청래 지도부에 쌓여 온 불만이 이번 투표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짚었다. 반대표와 함께 투표 불참을 통한 기권으로 사실상 정 대표에게 경고를 보낸 것이란 취지다.
또다른 수도권 초선 의원도 “1인 1표제 자체에 대한 문제보다 정청래 지도부에 대한 심판 성격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당원들이 지도부를 많이 불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 투표를 부결시켜야 한다’는 문자도 많이 받았다. 이런 게 중앙위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의 한 지역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당원들이 ‘1인 1표제 공약이 정 대표의 당대표직 연임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많이 갖고 있다”고 전했다.
가능성을 낮게 봤던 1인1표제 부결에 정 대표는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당대회 때 약속한 공약(1인 1표제 도입)을 실천하라고 저를 당 대표로 선출해주신 당원들께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1인 1표제 당헌 개정안은 지금 즉시 재부의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며 “조금 더 시간을 갖고 당원들에게 길을 묻겠다”고 말했다. 취임 뒤 받아든 첫 고배에 한껏 몸을 낮춘 것이다.
다만 정 대표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며 “이재명 정부 국민 주권 시대에 걸맞은 당원 주권시대에 대한 열망은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1인 1표 당원 주권 정당의 꿈도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며, 재추진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font color="#FF4000">[단독]</font>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 전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05/53_17649306103678_20251205502464.webp)






![[단독]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 전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5/1205/53_17649329847862_20251205502464.webp)

![‘권성동 1억원 사진’ 위법 수집? ‘위수증’ 주장이 그를 구할까? [뉴스AS]](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5/1205/53_17648942626518_20251205500463.webp)




![사과 없는 내란 1주년의 비극 [세상읽기]](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5/1205/53_17648870534814_20251205500093.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