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정선에 조성된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의 모습. 강원도 제공
강원도 정선에 조성된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의 모습. 강원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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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 녹색연합 정책팀장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8일 강원 정선 알파인스키경기장 철거에 반대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보도자료에서 “‘선수의 훈련권 보장과 동계스포츠 활성화, 국제대회 유치 및 스포츠를 통한 정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해당 시설을 스키장으로 존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가 지난 3월26일 간담회를 통해 요구한 내용과 같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의 표현에 따르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유산이자 대한민국 동계스포츠의 핵심 자산인 알파인스키경기장이 철거 ‘위기’에 빠졌다고 한다. 정선군 지역사회도 “(알파인스키경기장 철거는) 지역사회가 오랜 시간 쌓아온 합의와 신뢰를 흔드는 무책임한 움직임”이라며 큰 유감을 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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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럽다. 알파인스키경기장을 철거하는 것은 위기가 아니라 올림픽이 저지른 환경 파괴를 바로잡기 위한, 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다. 보호지역이었던 알파인스키경기장 상부 지역은 이제 막 복원에 착수했고, 하부 지역은 자연환경과 지역사회가 공존할 수 있는 모델을 찾기 위해 논의 중이다.

녹색연합, 문화연대, 체육시민연대는 대한체육회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담은 질의서를 보냈다. 대한체육회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알파인스키경기장 설치로 훼손된 가리왕산을 복원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나? 사회적 갈등과 논란 끝에 내려진 사회적 합의와 약속을 무시해도 된다는 입장인가? 대한체육회는 스포츠를 위해서 국가의 보호지역을 파괴하고, 국민의 자산을 훼손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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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경기장이 설치되었던 가리왕산은 국민 모두의 자산인 국유림이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생태자연도 1등급지, 녹지자연도 9등급지, 다양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지였다. 생태적 가치가 매우 뛰어나 국가가 보호해 온 가리왕산은 원칙상 개발이 불가하다. 가리왕산에 알파인스키경기장을 설치할 수 있었던 것은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가리왕산을 원형 복원한다”라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정부의 원칙과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복원을 전제하지 않았다면 가리왕산에 알파인스키경기장은 들어설 수 없었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강원도가 복원을 거부하면서 다시 한번 논란에 불이 붙었다. 2019년, 국무총리실이 나서 갈등을 해소하고 복원 협의를 주도했다. 지난해 보호지역 복원과 활용 요구에 공감한 산림청, 강원도, 정선군, 지역사회, 환경단체는 복원과 활용의 접점을 찾아 합의에 이르렀다. 기존 보호지역을 제외한 하부 지역 이용에 대한 해법을 함께 찾기 위해 공동이행추진단이 구성되어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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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보도자료에서 스키 국가대표 출신 김나미 사무총장은 “한번 파괴된 국제적 인프라를 복원하는 데는 수십년의 시간과 예측 불가능한 비용이 수반되는 만큼, 정선 경기장의 철거 강행은 대한민국 동계 스포츠의 국제적 위상을 영구히 실추시키고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고립을 자초하는 자해적 결정이 될 것”이라 밝혔다.

국제적 인프라를 복원하는 데 수십년의 시간이 걸린다면, 한번 파괴된 환경을 복원하는 데에는 수백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 비용은 미래세대에까지 이어져 그야말로 산출 불가하다. 기후 생태 위기 시대,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고 보호지역을 확대하는 일은 경제성을 넘어 모든 국민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과제다.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우리나라 동계스포츠의 위상과 어떤 관계가 있나? 국민적 신뢰를 깨고, 보호지역에 들어선 스포츠 시설을 영구히 사용하면 그 위상이 더욱 높아지나?

대한체육회는 지난달 28일 질의서에 대한 답을 보내왔다. “가리왕산이 가진 생태적 가치와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서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그 가치를 존중한다. (중략) 향후 진행될 정부 및 관계 기관의 결정 과정을 존중할 것이며, 환경 보호와 스포츠 진흥이 상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는 데 적극 협력할 것입니다.”

가리왕산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의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고, 복원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멈춘 적 없다. 가리왕산을 다시 극심한 갈등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길 원하는 것은 대체 누구인가. 그들이 말하는 올림픽 정신과 평창동계올림픽이 남길 유산은 무엇인가. 대한체육회도 우리나라 동계스포츠 선수들의 빛나는 성취가 국민적 약속을 짓밟으면서 퇴색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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