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옥진 | 생수의강기독학교 수학교육 대표교사
대안학교 교실은 일반 학교와 조금 다르다. 정해진 진도를 따라가기보다, 학생 개개인의 속도와 상태를 살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초등부터 중·고등 과정까지 통합 학년제로 운영하는 대안학교에서는 같은 공간 안에서도 학생들의 학습 단계와 이해 수준이 크게 갈린다. 이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된 학생이 있는가 하면, 기본 개념을 반복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학생도 있다. 대안학교 교육의 핵심은 이러한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의 학습 경로를 존중하는 데 있다.
그러나 교사의 경험과 관찰만으로 모든 학습 흐름을 놓치지 않고 파악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세심하게 살피려 해도 교실 안에는 늘 보이지 않는 지점이 생긴다. 이럴수록 ‘얼마나 가르쳤는가’보다 ‘지금 이 아이가 어디에 와 있는가’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그렇기에 교사의 판단을 보완해 줄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AI) 디지털 교육자료는 단순한 디지털 학습지나 자동화된 수업 도구가 아니다. 학생의 학습 과정에서 나타나는 패턴과 변화를 기록하고 분석해, 교사가 보다 구체적 근거를 바탕으로 수업과 지도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어떤 개념에서 반복적으로 어려움을 겪는지, 학습이 어느 지점에서 멈추는지가 데이터로 드러나면, 교사는 감이나 추측이 아닌 실제 학습 흐름을 토대로 다음 수업을 준비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획일적 진도보다 개별화된 접근이 중요한 대안학교 교육과 특히 잘 맞는다. 초·중·고 학습 단계가 혼재된 교실에서는 학습 격차를 조기에 발견하고, 학생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공지능 디지털 교육자료는 교사의 역할을 대신하기보다, 교사의 판단을 보다 정교하게 뒷받침하는 도구에 가깝다.
그럼에도 현재 대안학교 현장에서는 인공지능 디지털 교육자료의 활용이 제도적으로 제한돼 있다. 공공 교육자료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디지털원패스와 인증서(EPKI) 발급 구조로 인해 대안학교 교사들은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출판사와 학교 간 계약은 가능하지만, 정작 교사가 인증 절차를 통과하지 못해 실제 수업에서는 활용이 차단되는 모순적 상황이 반복된다. 형식적으로는 열려 있지만, 실제로는 닫혀 있는 구조다.
학교 유형에 따라 학생이 접할 수 있는 교육 자원의 범위가 달라지고, 이는 곧 학습 기회의 차이로 이어진다. 인공지능 디지털 교육자료의 활용 여부는 기술 도입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권의 문제다. 특정 학교 유형이라고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상태를 더 잘 이해하고 적절한 지원을 받을 기회에서 제외될 이유는 없다. 교사들의 교육 의지와 현장의 수요는 이미 충분하다.
대안학교에서의 인공지능 디지털 교육자료 활용은 새로운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교육 자원을 실제로 필요한 교실에서 공정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학생의 성장 과정을 더 세밀하게 살피기 위한 도구가 제도적 이유로 멈춰 서 있는 지금, 우리는 묻게 된다. 도구 제한은 누구를 보호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학생들은 어떤 기회를 놓치고 있는가. 아이들의 학습 경험을 중심에 둔다면, 그 답은 생각보다 분명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