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 촬영할 당시만 해도 ‘이거 너무 과장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현실보다 많이 축소됐구나’를 깨달았어. 내가 다큐멘터리를 찍은 거였더라고.”
최근 미국 엔비시(NBC) 심야 토크쇼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나온 배우 마크 러팔로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자 좌중에서 웃음이 쏟아졌다.

그는 지난달 28일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에서 잔인한 독재자인 우주선 사령관 ‘케네스 마셜’ 역할을 맡았다. 우주 행성을 개척하는 2054년을 배경으로 휴먼 프린팅을 통해 소모품으로 쓰이는 복제인간 미키의 이야기를 다룬 ‘미키 17’은 개봉 나흘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는 마셜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떠올린다는 후기가, 한국에서는 마셜과 그의 부인 ‘일파’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떠올린다는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봉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시점은 2021년, 영국 런던에서 영화를 촬영한 시점은 2022년이다.

그래서인지 봉 감독이 ‘예지자’가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지난달 18일 방송된 문화방송(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한 봉 감독은 “원작 소설에는 없는 마샬의 부인을 내가 만들었다”며 “독재자 커플이 재미있지 않나. 필리핀의 마르코스 부부도 그렇고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부부처럼”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시나리오는 2021년에 썼다. 대통령 선거 이전에”라고 ‘굳이’ 부연했다.
그러자 손석희 앵커는 “나는 봉 감독이 무슨 예지자적 성격을 가졌나?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마셜에게서 현실의 정치인을 떠올리는 나라는 미국과 한국뿐만은 아니다. 봉 감독은 최근 미국 심야 토크쇼 ‘더 레이트 쇼 위드 스티븐 콜베어’에서 마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이미 영화를 틀었는데 각 나라에 정치적 스트레스가 있으니까 본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정치인을 마크 러팔로에게 투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진행자는 “지금은 나쁜 정치 지도자들의 호황기”(it’s a boom time for bad political leaders)라며 화답해 웃음을 끌어냈다.
봉 감독은 또 다른 인터뷰에서 “독재자 캐릭터가 부부가 나왔을 때 묘한 재미가 있다. 더 공포스럽고 더 웃기기도 하다”며 “과거 인물을 (마셜의) 모델로 했는데 자꾸 현재화되는 것 같다. 역사가 반복이 돼서 그런 건지 유럽 기자분들과 이야기할 때 본인들이 겪은 정치적인 나쁜 경험들을 투사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영화 ‘비긴 어게인’과 ‘어벤져스’ 시리즈의 ‘헐크’ 역할로 익숙한 마크 러팔로는 ‘미키 17’에서 생애 첫 악역에 도전했다. 봉 감독은 지난달 20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나리오를 건넸을 때 마크가 ‘내가 뭘 잘못했나요’ 하는 표정으로 낯설어하던 게 기억난다. 독재자는 악당이지만 대중을 휘어잡는 귀여움과 위험한 매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런 부분을 마크가 잘 해낼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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