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평등법 시행 첫날인 23일 한 동성 부부가 타이(태국) 방콕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받은 혼인 증명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방콕/AFP 연합뉴스
결혼평등법 시행 첫날인 23일 한 동성 부부가 타이(태국) 방콕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받은 혼인 증명서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방콕/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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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태국)가 ‘결혼평등법’을 시행해, 수도 방콕과 여러 도시에서 동성 커플의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결혼평등법 시행 첫날인 23일 수백 쌍의 동성 예비부부가 이날 방콕의 유명 쇼핑몰인 시암파라곤에서 합동결혼식을 올렸다고 타이 현지 매체 방콕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이 결혼식은 성 소수자 단체인 나루에밋 프라이드와 방콕시가 함께 주최했고, 시 정부는 이 자리에서 혼인 증명서를 즉시 발급했다. 이날 타이 곳곳에서 많게는 수천 쌍의 동성 커플이 혼인 등록을 할 것으로 보인다. 타이 의회는 지난해 6월 아시아에서 대만과 네팔에 이어 3번째, 동남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배우자 성별과 관계없이 혼인 등록을 할 수 있는 결혼평등법을 통과시켰고, 이날 법안이 발효됐다. 세계적으로는 30개가 넘는 나라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다.

23일 타이 방콕의 시암파라곤에서 열린 합동결혼식에 여러 동성 커플이 참석했다. 방콕/AFP 연합뉴스
23일 타이 방콕의 시암파라곤에서 열린 합동결혼식에 여러 동성 커플이 참석했다. 방콕/AFP 연합뉴스

동성 부부들은 기쁨의 환호와 눈물 속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2013년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연인과 합동 결혼식장을 찾았지만, 여성 커플이어서 혼인을 거부당했던 룽티와 탕카노팟은 이날 마침내 동성 부부가 됐다. 그는 뉴욕타임스에 “사회가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적어도 법은 우리를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시암파라곤에서 합동 결혼식은 아침 8시에 시작했지만, 한 커플은 새벽 6시15분에 식장에 도착해 가장 처음으로 혼인 증명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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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평등법 시행으로 타이 민법과 상법의 60여개 조항이 개정됐다. 이로써 동성 부부는 입양, 상속, 의료 행위 동의, 재산 공동 관리 등에서 이성 부부와 같은 권리와 책임을 갖는다. 성별에 제한을 두지 않기 위해 남편, 아내 대신 ‘배우자’라는 성 중립 용어를 쓰게 된다.

결혼평등법 시행 첫날인 23일 타이 방콕 시암파라곤에서 열린 합동결혼식에서 한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다. 방콕/AFP 연합뉴스
결혼평등법 시행 첫날인 23일 타이 방콕 시암파라곤에서 열린 합동결혼식에서 한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다. 방콕/AFP 연합뉴스

동성 결혼 합법화는 타이 경제의 12%를 차지하는 관광산업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앞으로 성소수자 관광객이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타이가 더 안전하다고 느끼고 여행을 오는 데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숙박예약 플랫폼 아고다가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결혼평등법 시행으로 해마다 타이에 400만명의 관광객이 찾고, 약 20억달러(2조8754억원)의 관광수입을 창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타빠니 끼얏파이분 태국관광청장은 “이 법안은 우리 사회의 발전에 대한 증거이자 경제 성장과 관광 개발을 가속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며 “성소수자 여행자는 일반 여행자보다 40% 더 많은 돈을 쓰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