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국왕 찰스 3세와 부인 카밀라 왕비가 18일(현지시각) 취임 후 처음으로 오스트레일리아를 방문한다.
이날 오후 시드니 공항에 도착하는 찰스 3세는 앤서니 앨버니지 오스트레일리아 총리 등 정부 인사들을 만나고 군 의장대를 사열한 뒤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환영나온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눌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영국 국왕이 국가원수로 남아있는 14개 영연방 국가 중 하나다. 영국 국왕이 오스트레일리아를 찾는 건 2011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방문 이후 13년만이다. 찰스 3세는 23일 엿새 간의 오스트레일리아 방문을 마치고 태평양 섬나라 사모아로 건너가 연례 영연방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6일 영국으로 돌아간다.
찰스 3세의 이번 방문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군주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 이뤄져 눈길을 끈다. 군주제를 지지하는 쪽은 이번 찰스 3세의 방문이 오스트레일리아와 영연방의 관계가 더욱 밀접해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그러나 군주제에 반대하는 쪽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정치체제를 군주제에서 공화제로 전환하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군주제지지자리그(AML)의 의장 필립 벤웰은 “오스트레일리아에는 국왕이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방문이 국왕을 사람들 마음에 더 가깝게 느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스트레일리아의 6개 주 총리들이 모두 찰스 3세를 위한 공식 리셉션 참석 요청을 ‘다른 바쁜 일정이 있다’며 거절한 것을 두고도 “그들의 행동은 모욕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군주제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인 오스트레일리아공화국운동(ARM)은 찰스 3세의 방문을 연예계 인사의 떠들썩한 방문 행사에 비유하며 폄하했다. 오스트레일리아공화국운동의 공동의장 에스터 아나톨리티스는 “찰스 3세가 이번 우리나라 방문을 건강하게 즐기길 바라지만, 군주로서는 마지막 방문이 되길 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오스트레일리아공화국운동은 찰스 3세에게 편지를 보내 오스트레일리아에 방문하면 만날 기회를 달라며 면담 요청을 했다. 이에 대해 영국 왕실은 지난 3월 답장을 보내 찰스 3세의 면담 약속은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결정할 것이라며 사실상 답변을 피했다.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가 공화국이 될지는 오스트레일리아 대중이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번 찰스 3세의 공식 방문일정에는 오스트레일리아공화운동과의 면담이 잡혀있지 않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군주제를 둘러싼 여론은 여전히 찬반이 팽팽하다. 1999년 국민투표에서는 54.9%가 군주제 폐지를 반대해 공화제 전환이 무산됐다. 최근 뉴스코프의 뉴스 웹사이트 ‘펄스’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3%가 공화제 전환에 찬성하고 45%는 군주제 유지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22%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