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이란 모처에서 열린 임시 지도자위원회 모임에서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가운데)이 골람호세인 모흐세니에제이 사법부 수장(왼쪽)과 알리레자 아라피 전문가 회의 부의장(오른쪽)과 대화를 하고 있다. IRIB 로이터 연합뉴스
1일 이란 모처에서 열린 임시 지도자위원회 모임에서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가운데)이 골람호세인 모흐세니에제이 사법부 수장(왼쪽)과 알리레자 아라피 전문가 회의 부의장(오른쪽)과 대화를 하고 있다. IRIB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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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13일째로 접어든 미국·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종식할 조건으로 ‘불가침 조약 체결’과 ‘배상금 지급’을 내걸었다. 이와 관련해 직접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미국이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근 잇따라 ‘조기 종전’ 가능성을 흘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승리를 선언한 뒤 전장을 떠나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계속되면서 전쟁은 사실상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11일 엑스에 “전쟁을 끝낼 유일한 방법은 이란의 정당한 권리를 인정하고, 배상금을 지급하며, 향후 공격 행위(방지)에 대한 국제적 보장을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미국과 지난달 핵협상 과정에서 “핵농축은 우리의 정당한 권리”라는 뜻을 거듭 밝혀온 것을 보면, 페제슈키안이 언급한 ‘정당한 권리’는 핵농축 권리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도 이날 이란이 주변 중재국들에 휴전을 위해선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향후 이란을 공격하지 않을 것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란은 이번 전쟁이 끝나도 이스라엘이 다시 공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에 ‘불가침 보장’ 약속을 할 의사가 있는지, 이스라엘에도 이를 강제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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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핵협상에서 ‘제로 핵농축’을 요구했던 미국이 이란의 핵농축을 허용해주거나, 이란에 배상금을 지급하는 일은 패배를 인정하는 꼴이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액시오스와 통화에서 이란과 전쟁이 “곧” 끝날 것이라며 “공격할 대상이 남지 않았다. 언제든 내가 (전쟁을) 끝내길 원하면 끝난다”고 승리를 자신했다.

이란도 당장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9일 혁명수비대는 “전쟁의 끝을 결정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우리”라고 맞선 뒤 11~12일 호르무즈해협 인근과 이라크·바레인 등에서 공세의 파고를 높였다. 이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윗코프가 보낸 휴전 제안을 두 차례 거부했다고 10일 가디언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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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스라엘은 전쟁을 빨리 끝내길 원치 않는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 미국의 전쟁 중단 뜻에도 이스라엘이 전쟁을 지속하길 원한다는 데 대해 백악관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수십년간 미국과 공동으로 이란을 무너뜨리기 위한 전쟁을 벌이기를 꿈꿔왔으며, 오는 11월 이스라엘 총선을 앞두고 전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에서 지난 4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유대인 응답자의 93%, 전체 응답자의 82%가 대이란 전쟁을 지지한다고 답할 정도로 이스라엘 내 전쟁 지지 여론은 높은 상황이다(2~3일 500명 조사).

반면, 미국 내 대이란전 여론은 좋지 않다. 미국 퀴니피액대학교가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53%가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10일 미 국방부가 이란 전쟁 엿새간 113억달러(약 16조7천억원)를 쓴 것으로 추정하면서, 과도한 전쟁 비용 지출을 우려하는 여론은 더 악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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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쟁을 둘러싼 미국 우파 내 균열은 커지고 있다. 영향력이 막강한 우파 팟캐스트 진행자 조 로건은 지난 10일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이란전쟁을 두고 “미친 짓”이라며 미국인들이 “배신당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고 11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로건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트럼프는 ‘이 어리석고 무의미한 전쟁을 끝내자’라고 선거운동을 했는데 이제 우리는 왜 벌였는지 명확히 알지도 못하는 전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미국의 대표 우파 논객인 터커 칼슨과 매건 캘리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전쟁에 날 선 비판을 쏟아부은 바 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담당 선임 분석가 알리 바에즈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뢰할만한 외교적 출구 전략 없이 폭격을 중단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지속하고, 이스라엘은 대이란 공격을 계속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