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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 대통령 전용기 공군1호기를 타고 도착한 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 대통령 전용기 공군1호기를 타고 도착한 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초의 권력 극성기를 지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치러진 뉴욕시장 등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석권하면서 권력 안팎에서 균열도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의 대통령직 지지율은 10월 말부터 가파르게 하락해, 11월 들어서 평균 4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50% 초반이다. 여론조사를 종합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지수로 보면, 10월24일부터 11월6일 사이 ‘지지한다’는 평균 42.9%, ‘지지하지 않는다’는 54.2%이다. 지지와 비지지의 격차가 11.3%포인트이다.

이즈음 트럼프 국정 지지 여부를 물은 주요 조사들을 보면 엔비시는 ‘지지한다’와 ‘지지하지 않는다’ 간 차이가 12%포인트, 에이비시(ABC)와 워싱턴포스트는 14%, 시엔엔(CNN)은 22%포인트, 시비에스(CBS)는 18%,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는 12%포인트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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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지율 하락은 4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확인된다. 트럼프가 지난 대선 때 확장했던 중남미계 등 소수집단 및 중산층에서 공화당 후보들의 득표율이 하락하고, 민주당 후보 쪽이 늘어났다. 중남미계의 민주당 지지는 뉴저지에서 9%포인트, 버지니아에서 5%포인트 늘었다. 민주당에 대한 흑인 유권자 지지도 지난 대선에 견줘 10%포인트가량 늘어 95∼96%로 회복했다. 고소득층과 중산층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 선거를 가른 생활비 등 경제 분야에서 트럼프의 낙제점이 도드라진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집계에 따르면 경제 분야에서 ‘지지하지 않는다’가 54.9%로 ‘지지한다’는 쪽보다 13.4%포인트 많았고, 인플레이션 대응에 관해서는 61%가 ‘지지하지 않는다’로 부정적인 여론이 25.3%포인트나 높았다. 트럼프가 역점을 뒀던 이민 문제에서도 0.5%포인트로 지지가 비지지에 비해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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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현재 39일째를 맞으며 사상 최장기를 기록 중인 연방정부 폐쇄 사태로 국정 장악력도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 폐쇄 사태를 종결하기 위해 의회에서 필리버스터 폐지를 공화당 상원의원들에게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에게 맹목적이던 공화당 의원들 사이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폴리티코는 지난 6일 “트럼프 레임덕이 시작됐다”고 짚기도 했다. 그가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는 연방대법원 심리에서 보수 대법관들까지 회의를 표하는 등 주요 국정 의제들이 법원에 의해 하루아침에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가 취임 이후 밀어붙였던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교역 조건을 트럼프 취임 직후로 회복시켰을 뿐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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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정책에서도 트럼프가 취임 24시간 이내에 끝내겠다던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가 트럼프의 휴전안을 일축해, 트럼프는 중재에 손을 놓고 있다. 트럼프가 자랑했던 가자전쟁 휴전 역시 위태로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극우 인플루언서인 닉 푸엔테스가 이스라엘에 대해 비난 여론을 주도하는 등 트럼프의 마가 진영 내 균열도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에드워드 루스는 8일치 ‘트럼프는 정점을 지났나?’라는 기고에서 “트럼프 2기 임기의 서막이 끝났다”며 “민주당이 침체에서 벗어나는 길을 보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