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5일 야생동물 사진작가 데이비드 레이가 촬영한 수리부엉이 ‘플라코’의 모습. A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25일 야생동물 사진작가 데이비드 레이가 촬영한 수리부엉이 ‘플라코’의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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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빠져나온 뒤 1년 동안 ‘뉴요커’로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수리부엉이 ‘플라코’가 23일(현지시각) 한 건물에 부딪혀 숨졌다고 24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동물원을 운영하는 ‘야생동물보호협회’는 성명을 내고 플라코가 웨스트 89번가의 한 건물에 부딪힌 뒤 땅에 떨어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건물 주민들이 동물 구조 단체인 ‘와일드 버드 펀드’에 연락해 구조에 나섰지만 플라코는 이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플라코의 사체는 브롱크스 동물원으로 옮겨졌으며,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플라코는 새달에 14살이 될 예정이었다.

1월3일 야생동물 사진작가 데이비드 레이가 촬영한 수리부엉이 ‘플라코’의 모습. AP 연합뉴스
1월3일 야생동물 사진작가 데이비드 레이가 촬영한 수리부엉이 ‘플라코’의 모습. AP 연합뉴스

2010년 노스캐롤라이나 조류보호구역에서 태어난 플라코는 같은 해 연말 센트럴파크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가짜 바위와 나뭇가지 몇 개, 페인트로 칠한 배경이 있는 미니밴 크기만 한 우리에 갇혀 13년간 살았던 플라코의 삶은 2023년 2월2일 밤 완전히 달라졌다. 아직도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누군가가 플라코의 우리에 접근해 철망에 구멍을 뚫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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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을 벗어난 플라코는 곧장 뉴요커들과 언론의 큰 관심을 끌었고 숱한 목격담이 전해지며 팬덤을 형성했다. 탈출 초기엔 동물원 관계자들이 경찰의 도움을 받아 플라코를 다시 잡으려고 시도했으나 몇 번 실패했고 곧장 플라코를 잡지 말라는 청원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동물원 쪽에서는 플라코를 잡으려는 시도를 중단했으며 거의 9개월 동안 센트럴파크 근처에만 살던 플라코는 이후 맨해튼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동물원을 탈출한 수리부엉이 ‘플라코’가 2023년 2월6일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의 한 나무에 앉아있다. AP 연합뉴스
동물원을 탈출한 수리부엉이 ‘플라코’가 2023년 2월6일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의 한 나무에 앉아있다. AP 연합뉴스

탈출 뒤 플라코가 규칙적인 사냥을 하고 비행기술이 신속히 향상됐다지만 도시에서의 삶은 만만치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건물, 특히 창문에 부딪히는 것은 플라코가 직면한 치명적인 위협 가운데 하나였으며 다른 위협 요소로는 쥐약을 먹은 쥐, 차량과의 충돌 등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뉴욕시에서는 해마다 23만 마리의 새가 창문에 부딪혀 죽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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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야생동물보호협회는 성명서에서 “(지난해) 플라코의 우리를 훼손한 이는 플라코의 안전을 위협했으며 궁극적으로 플라코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수리부엉이 ‘플라코’ 추모글. 엑스 갈무리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수리부엉이 ‘플라코’ 추모글. 엑스 갈무리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자신의 집이나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플라코의 생전 사진·영상 등을 공유하며 추모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우리를 방문해 줘서 고마웠어. 하늘에선 편안히 쉬길 바라”라는 글과 함께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 앉아있는 플라코의 사진을 올렸다. 또 다른 이는 “13년 동안 우리에 갇혀 있다 마침내 자유를 찾았던 플라코는 뉴욕의 스카이라인 사이를 날아다녔고 사람들의 창문을 들여다봤으며 (거리에서 일하는) 건설 노동자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플라코는 살아서 산과 숲을 알진 못했지만 그가 잠깐이나마 자유로움을 맛볼 수 있었던 점은 기쁘게 생각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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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