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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대한당뇨병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개최한 중증 당뇨병 관리 강화, 분류체계 개선을 위한 전략 모색 심포지엄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 둘째부터 조영민 대한당뇨병학회 법제이사,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민태원 수석부회장 및 김길원 회장, 차봉수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최성희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지난 3일 대한당뇨병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개최한 중증 당뇨병 관리 강화, 분류체계 개선을 위한 전략 모색 심포지엄 참가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 둘째부터 조영민 대한당뇨병학회 법제이사,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민태원 수석부회장 및 김길원 회장, 차봉수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최성희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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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당뇨병의 중증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지난 9월 국제학술대회(ICDM 2025)에서 중증 당뇨병에 대한 개념을 제안한 데 이어 이달 3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의 공동 심포지엄에서 공식 분류 체계를 발표했다.

지난 10년간 국내 당뇨병 유병 인구는 약 55% 증가해 533만여 명의 30살 이상 성인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당뇨병 전 단계까지 포함하면 2천만 명에 가깝다. 문제는 당뇨병 인지율과 치료율은 70%를 넘어섰지만, 실제 혈당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조절률은 3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즉, 일부 환자가 췌장 기능 부전과 합병증 발생 등 중증 예방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의미다.

당뇨병은 환자별로 중증도와 증상 위험도 차이가 다양해 다회 인슐린(혈당 조절 호르몬) 주사 치료 등 전문적인 혈당 관리가 언제 필요한지 알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발병 원인만을 기준으로 1형과 2형으로 구분하는 현행 분류 체계는 여기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최근 신설된 췌장 장애라는 장애유형 역시 중증 당뇨병 이후의 단계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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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당뇨병 5가지 체크리스트. 대한당뇨병학회 제공
중증 당뇨병 5가지 체크리스트. 대한당뇨병학회 제공

따라서 학회는 인슐린 분비 부족과 인슐린 저항성 정도 등 질환의 진행 정도를 정량화한 ‘혈당 대사 이상 등급’과 합병증의 누적 손상 정도를 나타내는 ‘합병증 단계’를 함께 평가해 총 16개 수준으로 질병을 평가하는 ‘당뇨병 등급–단계 분류(DGSC)’를 설계했다.

대사 이상 1등급은 생활습관 교정이나 경구 혈당강하제로 조절 가능한 초기 단계, 2등급은 여러 약물치료가 필요한 중등도 단계, 3등급은 인슐린 주사가 필요한 중증 단계, 4등급은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거나 극심한 저항성이 나타나는 초중증 단계로 구분했다. 합병증 단계는 당뇨병으로 인한 심장, 신장, 눈, 신경 등 주요 장기 손상 정도를 평가한다. 1기는 합병증은 없지만 고혈압, 비만 등 위험 요인이 있는 상태, 2기는 검사에서만 발견되는 초기 합병증 상태, 3기는 협심증, 신장 기능 저하, 시력 이상 등이 임상적으로 확인되는 단계, 4기는 심근경색, 말기 신부전, 실명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진행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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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분류 체계를 설계한 조영민 대한당뇨병학회 법제이사(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중증 당뇨병은 인슐린 기능이 심하게 저하됐거나 장기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3등급 이상 또는 3단계 이상”으로 정의했다. 이들 환자는 내분비내과 전문의 등 당뇨병 전문 의료진과의 질환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2등급 또는 2단계 수준인 환자 역시 중증 진행 예방을 위해 당뇨병 전문 의료진의 협진 또는 진료 의뢰를 권고했다.

차봉수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당뇨병은 매우 흔하기 때문에 다양한 의료진이 진료하지만 어떤 경우부터 당뇨병 전문가에게 의뢰해야 하는지는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며 “새 분류 체계는 당뇨병의 심각성을 객관적 기준으로 평가해 집중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를 명확히 구분해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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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반 대중이나 환자들이 16개로 나뉘는 전문 분류 체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에 쉽게 중증 당뇨병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5가지 체크리스트도 제시했다. △당화혈색소 9% 이상의 고혈당 △만성 합병증 △급성 합병증 △중증 저혈당으로 3년 이내 응급실 방문 이력 1회 이상 △다회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환자 등이다.

최성희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환자들이 당뇨병을 가벼운 만성질환, 생활습관병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다가 합병증이 발생한 후에야 생명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임을 인지한다”며 “중증 당뇨병 분류체계를 통해 중증도의 개념을 정확히 전달하고 중증 당뇨병으로 발전하기 전에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