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규제를 풀고, 한국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하지만 3개 품목의 수출 규제 해제가 일본이 규제를 발표한 2019년 7월 이전으로 완전히 회복하는 게 아니어서, 우리 정부의 세계무역기구 제소 취하가 이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산화에 매진해온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쪽에선 대기업들의 국산 소부장 주문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6일 일본이 수출관리의 운용 변경을 통해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을 대상으로 취했던 한국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9년 이전처럼 특별일반포괄허가를 적용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본 조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 제소를 취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설명과 달리 일본의 수출 규제 해제가 원상 회복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전에는 3개 품목 모두 수출 절차가 간편한 일반포괄허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전략물자관리원(KOSTI)에 따르면, 일본의 포괄허가에는 3가지 종류가 있는데, 일반포괄허가는 화이트국가를 대상으로 수출 내부 통제관리 시스템을 갖춘 기업은 별다른 절차 없이 간편하게 수출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특별일반포괄허가는 화이트리스트가 아닌 국가를 대상으로 매년 자가체크리스트·점검표를 제출하는 기업에 부여되고, 특정포괄허가는 이보다 더 엄격한 절차가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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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관계자는 “과거로 회복하려면 화이트리스트 조처가 되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우선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양희 대구대 교수(경제금융학)는 “일본이 일반포괄허가를 받던 3개 품목을 개별허가로 강화했는데, 이번 조처는 완벽하게 되돌린 것이 아닌 조금 완화한 것일 뿐”이라며 “3개 품목을 ‘일반포괄허가’로 되돌리기 전에 세계무역기구 제소를 철회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조처 이후 소부장 국산화에 매진해온 기업 쪽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3개 품목 가운데 하나를 국산화한 소부장 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의 요구 덕에 재빨리 국산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현재 국산화된 품목에 대한 주문은 줄어들지 않을 수 있지만, 향후 진행되는 첨단 공정에 필요한 품목의 국산화 요구는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중소기업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지만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저력을 보여줘 당장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관계를 끊을 이유가 없고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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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일본은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피고 기업이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리자, 2019년 7월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섰다. 같은 해 8월에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했다. 한국은 그 해 9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제3자가 대신 변제하는 강제동원 해법을 내놓으면서 변화가 생겼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