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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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오픈에이아이(AI)·구글을 비롯한 거대 인공지능(AI) 기업들의 경쟁적인 투자 붐 속에 칩 제조사-인공지능 개발업체-하이퍼스케일러-클라우드업체가 서로 연쇄적으로 얽히는 복잡한 자금 조달 구조인 ‘순환금융’ 방식이 연일 새롭게 변형되며 계속 등장하고 있다. ‘금융공학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는 화려한 혁신이라는 시각과 함께, 인공지능 순환금융 구조가 글로벌 거시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취약성을 안고 있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인공지능 인프라 관련 총투자액은 올해만 7천억달러(977조원가량), 내년엔 1조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의 투자 구조를 살펴보면, 인공지능 개발업체(오픈AI·앤트로픽 등)-인공지능 인프라를 제공하는 하이퍼스케일러(구글·아마존·메타·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 등)-칩 제조사(엔비디아·AMD 등)-클라우드 컴퓨팅을 제공하는 네오클라우드 업체(코어위브·네비우스 등)가 서로 얽혀 있다. 이들은 대체로 지분·자금을 직접 투자하거나 담보·보증을 제공해 외부자금을 대출받도록 돕고 그 돈으로 칩을 구매하도록 하는 ‘순환금융’ 거래 양상을 띤다. 대다수 순환금융 약정은 전통적인 은행·회사채 자금조달이 아니라 사적인 투자·대출·보증 계약이라서 거래의 상호연관성을 정확히 이해하기도 어렵다. 일부 거래 계약에는 제품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대금을 다년간 지급해야 하는 의무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20일 현재까지 시장에 공표된 순환금융 방식은 대략 4가지다. 가장 먼저 등장한 건 지난해 9월 엔비디아가 자사 칩(GPU·그래픽처리장치) 구매 고객인 오픈에이아이에 수년간에 걸쳐 1천억달러 규모로 지분을 투자하거나 돈을 빌려주겠다고 발표한 파트너십이다. 이어, 엔비디아 칩을 갖고 있는 네오클라우드 회사들이 엔비디아 칩 자체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식도 나타났다. 지난 3월 코어위브는 지피유 칩을 담보로 레버리지론 시장에서 85억달러를 조달했다. 지피유와 이 칩에서 창출되는 클라우드 임대 현금흐름이 담보로 제공되는데, 대출 만기는 칩의 감가상각 주기에 맞춰 설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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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에는 엔비디아가 블랙록·골드만삭스·케이케이알(KKR) 등 6개 월가 대형 금융사와 5000억달러에 이르는 ‘인공지능 인프라구축 종합금융플랫폼’ 금융동맹을 맺었다. 엔비디아가 칩 구매 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연기금·보험사 등의 외부자금을 끌어들이는 제3자 금융조달 방식이다. 엔비디아는 칩의 잔존 가치가 떨어질 경우 그 가치의 25%를 보증해주는 식으로 대출 위험의 일부를 부담한다. 마치 주택담보대출처럼 대형 금융사들이 컴퓨팅(연산) 인프라인 엔비디아 반도체 칩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거나 직접 엔비디아 반도체를 매입한 뒤 임대하고 사용료를 받는 방식이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금융 공학의 미래”라며 새로운 신용시장이 열렸다고 환호했다. 엔비디아가 월가 투자자들의 자본을 자신의 고객(데이터센터업체)에 연결해주는 금융주선자 역할을 맡은 격이다.

지난 17일에는 엔비디아가 오픈에이아이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사업에 최대 1050억달러어치 금융 보증을 제공하는 또 다른 방식도 소개됐다. 엔비디아는 금융 위험 중 일부를 부담하고, 그 대신에 대규모 지피유 수요를 확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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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의 인공지능 투자 관련 순환금융 구조에 대해 “칩 매출과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될지 여부가 불확실하고, 매출의 실제 원천을 둘러싼 논란도 있는 데다 경제적 위험을 최종 부담하는 주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곤란하다”고 평가했다.

국제결제은행도 최근 “소수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극도의 경쟁압력 아래 진행 중인 인공지능 투자 과열 속에 잇따라 출현하는 순환금융 체제는 한두 곳 거대 업체가 신용위험에 빠질 경우 다른 모든 기업으로 위험이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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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