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증세 없다’ 관련 발언들
정부 ‘증세 없다’ 관련 발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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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연말정산 ‘세금폭탄론’에 대한 불끄기에 나섰지만, 제대로 된 처방 없이 미봉책만 내놔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세금을 더 토해내거나 덜 돌려받는 데 대한 불만을 넘어,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다.

고소득층에 혜택이 많이 가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정책 방향은 옳았음에도, 이 과정에서 세금이 늘어나는 사실상의 증세 효과를 정부가 솔직하고 투명하게 설명하지 않은 게 빌미를 제공했다.

정부 추산으로는 지난해부터 적용된 개정 세법(소득공제→세액공제)에 따라 근로소득 5500만~7000만원은 연평균 2만~3만원, 상위 10%(110만명)인 7000만원 이상에서는 세금이 평균 134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전체 액수로는 약 9000억원이 넘는다. ‘증세는 없다’던 정부의 공언은 국민들을 상대로 사실상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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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사는 박가영(39)씨는 “맞벌이를 하고 있어 연간 소득은 8000만원가량 된다. 세금이 오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정부가 약속한 게 있고, 2013년 세금으로 시끄러웠을 때 문제가 다 해결된 줄 알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세금을 올렸으면 올렸다고 말을 해야지, 왜 속이는지 모르겠다. 그게 더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소득세제 개편에 따른 세수 효과
소득세제 개편에 따른 세수 효과

‘소득공제→세액공제’ 방식의 세법 개정은 1년6개월 전인 2013년 8월에 쟁점이 됐던 내용인데, 이번 연말정산에서 격한 불만을 일으킨 것은 ‘사실상 증세’임을 애써 인정하지 않으려다가 정부 스스로 발목을 잡은 격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공약으로 걸고 당선된 게 그 뿌리였다. 재정 전문가들이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을 해도 꼼짝하지 않았다. 대통령 공약을 지키기 위해 재정이 필요했던 정부는 비과세·감면 축소로 방향을 잡았고 이로 인해 세금이 늘어나는데도 증세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담뱃세, 주민세 인상 때도 증세가 아니라고 방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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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특성상 ‘소득공제→세액공제’ 전환으로 세금이 늘어난 시점에선 일반 국민들이 ‘체감 증세’를 확실하게 느끼게 되면서 ‘세금폭탄’이란 공격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연말정산이란 국세청이 매달 월급에서 미리 뗀(원천징수) 뒤 세금과 1년을 결산해서 각종 공제 등을 뺀 실제 세금(결정세액)의 차액을 이듬해 2월에 환급해 주거나 추가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부양가족 수와 의료비·교육비·보험료 사용액은 물론, 소득공제냐 세액공제냐에 따라 세금 규모가 달라진다. ‘소득공제→세액공제’ 전환에 따른 세금 부담이 근로소득자 상위 10%에게 몰렸다고 해도 연말정산이 근로소득자 모두에게 적용되고 급여 5500만원 미만에서도 세금이 늘었다는 사례(1인가구, 미혼자 등)가 나오면서 “세금이 늘어난 것 같다”는 ‘체감 증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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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준 법인세 놔둔채 소득세만 손질 논란 키워MB때 법인세 최고세율 25%→22%기업소득 증가율, 가계의 2배경제활성화 명분 원상회복 모르쇠전문가 “소득세제 개편방향은 맞아”“다시 공제 늘리면 문제 커져”

여기에 정부가 ‘세금이 늘었으나 증세는 아니다’라는 납득하기 힘든 기조를 유지하면서 불신감을 키웠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좋은예산센터 소장)는 “정부는 좀더 솔직했어야 했다”며 “세수도 부족하고 각종 공제제도로 소득세에 문제가 있으니 복지정책 등을 위해 세금을 개선하겠다. 어느 계층, 어떤 가구에서는 세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공론화하고 설명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연말정산을 앞두고 이런 혼란을 예상했을 텐데도 손 놓고 있던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덧붙였다.

세수 확보의 또 다른 축인 법인세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에서 22%로 3%포인트 내렸지만, 기업소득만 늘어났을 뿐 투자나 고용은 주춤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1999~2012년 기업소득 연평균 증가율은 10.3%로 가계소득 증가율 5.8%를 크게 넘어서고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법인세 원상회복을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는 경제 활성화에 방해가 된다며 소극적이다. 우리나라 법인세 실효세율은 2009년 19.6%에서 2012년 16.8%, 2013년 16%로 해마다 낮아지고 있으며, 영국 25.1%, 미국 22.2%, 일본 22.1% 등 다른 선진국과 견줘도 낮은 편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부가 이날 내놓은 검토 방안은 당장 급한 불만 끄겠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자녀 수, 노후대비 등을 고려해 추가 공제를 해주거나 간이세액표 조정, 연말정산 분납을 허용하겠다는 방안만 발표하는 데 그쳤다.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싱글’(1인가구) 등 일부 사항은 보완돼야 하겠지만 다시 소득공제를 늘리는 방향으로 갈 경우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각종 공제로 한국의 소득세 실효세율은 매우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매달 떼는 원천징수 자체가 적어 추가 납부를 하게 된 경우가 적지 않은데도 당장 불만이 커지니 과거처럼 원천징수를 많이 하겠다는 간이세액표 조정은 ‘조삼모사’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서울시립대 박기백 교수(세무학)는 “정부가 소득세 증세를 했는데도 증세를 인정하지 않고, 법인세 인상이나 고소득 대상 금융소득세 과세에 나서지 않으니 조세 형평성에서 반발이 큰 것”이라며 “복지 확대나 재정의 어려움 등 증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인하고, 진지하게 조세정책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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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 사진 김태형 기자 xougd55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