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복지 관련 예산이 올해보다 8.5% 늘어나면서 전체 예산 대비 비중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하지만 대부분 기초연금 도입과 공무원연금·국민연금 등의 자연증가분으로 최경환 경제팀이 강조한 ‘가계소득 확충’을 위해서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고교 무상교육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예산에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등 민생공약도 줄줄이 후퇴했다. 미흡한 복지 확대에도 재정적자 규모는 크게 늘어나 ‘증세 없는 예산안’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8일 올해보다 5.7%(20조2000억원) 늘어난 376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확정해 23일까지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이 전해보다 8.5% 늘어난 115조5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30.7%를 차지했다. 이외에 안전예산(17.9%), 창조경제(17.1%), 문화·체육·관광(10.4%) 분야 증가율이 높았고, 그동안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였던 사회간접자본(SOC)도 ‘경기 부양’ 명분으로 3% 늘어났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은 어려운 세입 여건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재정운용을 통해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에 주력하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총수입이 올해보다 3.6% 증가한 382조700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내년 물가상승률 2%, 실질 경제성장률 4%, 경상(명목)성장률 6.1%를 전제로 예측한 것이다.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는 33조6000억원(국내총생산 대비 2.1%)으로 올해 25조5000억원보다 늘어나고, 국가채무는 570조1000억원(GDP 대비 35.7%)으로 35조7000억원 증가한다.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 증가분 9조1000억원 가운데, 71.5%인 6조5082억원은 정부의 복지에 대한 의지와 별 상관없이 이미 법에 정해진 규정에 따라 늘어나는 자연증가분이다. 65살 이상 노인 70%에게 월 최대 20만원씩 지급하는 기초연금이 2조3823억원, 국민연금이 2조61억원, 공무원·군인·사학연금 지급액이 1조2487억원 늘어난다.
대통령의 주요 민생공약 가운데 입학금, 수업료 등을 지원하는 고교 무상교육은 애초 내년에 경제적으로 열악한 읍면·도서벽지 고등학교부터 시작하려고 했으나 예산이 전혀 확보되지 못했다. 저출산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공약인, 저소득층 가구의 12개월 이하 영아들에 대한 분유 및 기저귀 지원이나 고위험 임산부에 대한 의료비 지원 사업도 예산이 전혀 배정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복지를 늘리지 않았음에도 나라살림이 적자에 허덕이는 것은 걷어들이는 세금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최하위 수준인 조세부담률은 올해 18%에서 내년 17.5%로 오히려 하락한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은 “복지 증가도 기초연금을 제외하면 기존 수준을 넘지 못하고 고교 무상교육 공약은 아예 폐기 수순을 밟고 있는데도 내년 재정적자는 30조원대로 악화된다”며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충족시키고, 세월호 참사 이후 중요해진 안전예산 등을 제대로 지출하기 위해서는 증세를 통해 세입을 확충하는 정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전정윤 최성진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