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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컨베이어벨트 위를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감귤의 신선도와 당도, 무게를 검사하는 데 사람의 눈은 필요치 않았다. 대신 카메라가 가시광선·근적외선·자외선 등 다양한 파장으로 감귤을 360도로 찍으면, 인공지능(AI)이 감귤의 당도와 흠집 등 선도를 분석해 알아서 분류했다. 그러면서 맨눈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미세한 흠집, 겉으론 드러나지 않는 껍질 안쪽의 초기 부패까지 잡아낼 수 있게 됐다. 과거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해야 했던 작업이 인공지능 기술의 힘으로 수월해진 것이다. 세척·건조·살균·코팅을 거친 감귤이 이렇게 신선도와 당도 등 상품성에 따라 분류되는 데는 불과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지난 19일 오전 9시30분께, 제주도 서귀포시의 진시황영농조합법인 감귤 선별장은 감귤 향기로 가득했다. 컨베이어벨트 곁을 지키던 직원 2명이 하는 일은 기계가 고장나지 않도록 컨베이어벨트 위로 감귤을 올려놓기에 앞서 심하게 썩은 과일을 골라내는 정도였다.
컨베이어벨트 4개 라인에서 초당 감귤 40개를 분류했고, 선별장 2층 통제실 한쪽에 놓여 있는 화면에는 생산량과 상품·비상품 등 현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이렇게 분류된 감귤은 전국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으로 향한다. 추승룡 진시황영농조합법인 부장은 “소비자들이 예전엔 양을 중시했다면, 지금은 양이 적어도 맛있고 질이 좋은 과일을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며 “백화점·마트가 필요로 하는 고품질 조건에 맞춰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유통업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생산 현장과 판매, 매장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관련 기술이 광범위하게 쓰이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이렇게 분류한 신선도 높은 과일을 핵심 상품으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국내 주요 마트·백화점 업계 가운데 인공지능 활용에 적극적인 곳은 롯데다. 롯데마트는 2022년부터 멜론을 시작으로, 사과·수박·참외·샤인머스캣 등 인공지능이 선별한 과일을 잇달아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유통업계에서 처음으로 감귤에 인공지능 선별 기술을 도입했다. 현재는 감귤의 25% 이상을 인공지능 선별 상품으로 판매하는데, 내년엔 이 비중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김다현 롯데마트·롯데슈퍼 과일팀 상품기획자(MD)는 “인공지능 선별 기술은 롯데마트가 내세우는 ‘초신선’을 한층 강화하는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쇼핑업계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사용해 제작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중소상공인을 위한 홈쇼핑인 공영홈쇼핑은 올해 초부터 방송 제작 과정에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특히 스튜디오 배경 디자인의 경우, 과거에는 이를 완성하려면 평균 1~2주일가량 걸렸지만,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 덕에 이제는 하루이틀이면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이런 프로그램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중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데 특히 요긴하게 쓰인다. 중소상공인들의 경우 제품 판매에 쓰일 이미지가 대기업보다 적을 수밖에 없는데, 홈쇼핑 쪽에서 품과 시간을 크게 들이지 않더라도 생성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 홍보 이미지를 손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유통업계는 매장 운영에도 인공지능 기술을 폭넓게 쓰는 중이다. 뷔페 브랜드인 애슐리퀸즈는 손님에게 매장의 빈자리를 안내하거나 빈 접시를 가져가는 일을 인공지능과 로봇이 한다. 이마트는 인공지능 음성 기술을 매장 특가 행사 등 안내를 녹음·방송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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