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발레 ‘인 더 뱀부 포레스트’에서 무용수들이 대나무의 유연하고 강인한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서울시발레단 제공
창작 발레 ‘인 더 뱀부 포레스트’에서 무용수들이 대나무의 유연하고 강인한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서울시발레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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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바닥에 뿌리내린 듯 선 5개의 대나무, 5명의 여성 무용수가 북과 장구, 징 소리가 어우러진 웅장한 국악 선율에 따라 섬세한 몸짓을 풀어낸다. 마치 자신이 대나무인 듯 때론 유연하게, 때론 강인하게 에너지를 받고 발산하며 성장한다. 뻗은 팔, 굽힌 다리, 휜 등, 웅크린 목에선 미세한 근육의 결까지 고스란히 드러난다. 리본체조, 요가, 명상을 뒤섞은 듯한 몸짓을 이어가며 무대 앞까지 달음질치고, 바닥에 누워 깊은 숨을 들이쉬면서 한동안 정적이 흐르는가 싶더니, 관절과 근육에 응축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온몸으로 푸르고 유연하면서도 강인한 대나무의 이미지를 구현한다. 푸른 발레복, 유연한 무용수의 몸짓에선 청량함이 느껴진다.

창작 발레 ‘인 더 뱀부 포레스트’에서 맑은 호흡을 표현하는 무용수들의 모습. 서울시발레단 제공
창작 발레 ‘인 더 뱀부 포레스트’에서 맑은 호흡을 표현하는 무용수들의 모습. 서울시발레단 제공

‘난타’처럼 박진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검은 연습복을 입은 9명의 남성 무용수가 현란하고 빠른 춤을 선보이더니, 이내 남녀 무용수의 혼무가 펼쳐진다. 무도회처럼 우아하게, 테크노댄스처럼 강렬하게, 고난도 요가처럼 현란하게 다양한 발레 동작을 펼쳐낸다. 한동안 숨 가쁜 몸짓을 이어가던 무용수들은 순간 명상하듯 깊은 숨을 들이켜고 뱉어낸다. 새소리가 들리고 종소리와 죽비를 치는 듯한 소리가 탁하면서도 명징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무용수들은 온몸으로 골 깊은 능선을 그려내며 “음~ 음~” 옅은 날숨을 토해낸다. 산사에 머무는 듯한 착각을 불러온다. 그 사이로 한 남성 무용수가 산책하듯 가로지르고, 다시 군무가 폭발한다. 마침내 남성 무용수들은 인디언의 집단의식처럼 뭉치고 흩어지고, 밀치고 당기며 에너지를 응축하고 발산하기를 거듭하더니 하늘로 뻗어 오르는 대나무, 땅으로 번지는 그 뿌리처럼 위로 솟아나고 바닥으로 무수히 퍼져간다. 이번엔 풍물패 농악 같은 거친 질감의 음악이 무용수의 몸짓을 타고 흐른다.

창작 발레 ‘인 더 뱀부 포레스트’에서 무용수들이 하늘로 뻗어 오르는 대나무의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서울시발레단 제공
창작 발레 ‘인 더 뱀부 포레스트’에서 무용수들이 하늘로 뻗어 오르는 대나무의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다. 서울시발레단 제공

한편의 수묵화 같은 창작 발레가 무대에 오른다. 대나무의 유연함과 비움, 굳건함, 사계절 푸른 생명력을 국악 바탕의 음악과 무용수의 몸으로 이미지화한 ‘인 더 뱀부 포레스트’(In The Bamboo Forest, 대나무 숲에서)다. 한국적 정서를 담은 발레에 천착해온 국립발레단 강효형 안무가와 국악계의 이단아로 평가받는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 작곡가, 서울시발레단이 함께 만든 컨템퍼러리 발레 작품이다. 약 10년간 국립발레단에서 솔리스트이자 안무가로 ‘허난설헌―수월경화’ ‘호이 랑’ 등 한국적 소재와 감성을 발레의 언어로 풀어온 작품을 이어온 강효형이 다른 단체와 호흡을 맞춘 첫 전막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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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형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서울시발레단 스튜디오에서 작품을 시연한 뒤 “제가 대나무 숲을 걸으면서 영감을 받은 부분도 있고, 굳건하면서도 유연한 에너지를 동시에 지닌 대나무에 매력을 느껴 언젠가 이 소재로 안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다”며 “서울시발레단의 (작품) 의뢰를 받았을 때 이 소재를 꺼내놔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혼란을 겪는 인물이 대나무 숲에 들어가 자연과 호흡하고 동화되며, 그 안에서 비움과 뿌리내림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어나가는 과정을 담고자 했다”며 “우리가 너무 바쁘게 살다 보면 숨도 쉬기 어려운 상황이 많은데, 이 숲에서 뭔가 호흡하는 방법을 느끼고 배워야 한다는 의미로 호흡을 강조하고, 호흡으로 여러 질감을 섬세하게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창작 발레 ‘인 더 뱀부 포레스트’에서 남녀 무용수들이 혼무를 펼치고 있다. 서울시발레단 제공
창작 발레 ‘인 더 뱀부 포레스트’에서 남녀 무용수들이 혼무를 펼치고 있다. 서울시발레단 제공

박다울은 60분짜리 발레 작품에 온전히 소리를 입히기 위해 7곡을 새로 썼다. 그는 “거문고, 가야금, 대금, 장구, 북 등 국악기 선율 위에 기타, 베이스, 피아노, 첼로까지 더했고, 정령 같은 느낌을 살리려 사람의 목소리도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평소) 지하실에서 작업하다 보니 맑은 공기, 힐링 되는 숲 이미지를 많이 생각했다”며 “옴니버스 드라마 같은 느낌을 살리려 했다”고 했다. 그는 “음악이 있다는 걸 느끼지 않고 작품에 빠져보셨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그의 음악 없는 ‘인 더 뱀부 포레스트’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무용수의 몸짓과 음악이 한데 어우러지며 대나무 숲의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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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박다울(왼쪽)과 안무가 강효형. 서울시발레단 제공
작곡가 박다울(왼쪽)과 안무가 강효형. 서울시발레단 제공

무대는 오는 15~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M)씨어터에서 펼쳐진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