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거의 다 고운 길로 가지요. 그러나 가끔은 엉뚱한 길도 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엉뚱한 길은 낯설고 두렵지만, 때로는 뜻밖의 설렘과 감동을 안겨준다. 19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장사익과 토론토재즈오케스트라의 협연 무대 ‘두루마기 재즈를 입다’는 ‘엉뚱한 길’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보여줬다. 데뷔 30년을 맞은 일흔일곱의 소리꾼은 흰 두루마기를 입고 무대에 올라, 인생의 굴곡을 재즈의 호흡으로 풀어냈다.
공연장 천장을 뚫을 것 같은 압도적 기세가 아닌, 이제는 농익은 목소리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는 여전히 ‘소리꾼’이었다. ‘찔레꽃’, ‘역’, ‘아버지’, ‘기차는 간다’, ‘국밥집에서’ 같은 대표곡들이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세월이 묻은 그의 목소리는 나직하지만 묵직했고, 18인조 빅밴드의 브라스(관악기)가 더해지자 노래는 한층 풍성하게 부풀어 올랐다. 흰 두루마기 자락이 조명 아래에서 부드럽게 흔들리고, 관객의 박수가 장단이 되어 흘렀다. 공연 초반에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와 장사익이 “벌써 안 일어나셔도 되는데”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2부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나비넥타이에 검은 정장 차림으로 갈아입은 장사익이 ‘대전 블루스’를 재즈풍으로 바꾸어 부르며 스캣을 섞자 객석이 들썩였다. 이어진 재즈 스탠더드 ‘오텀 리브스’(고엽)는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는 “이런 영어 노래는 생전 처음 해봤다”며 웃었고, 낯선 발음 속에서도 그의 색채는 또렷했다. “재즈는 원래 자유스러운 거거든요. 저도 좀 자연스러운 걸 좋아합니다” “1년에 한 곡씩, 열 곡쯤 하면 재즈 가수가 될 수도 있겠지요.” 그 말처럼 그의 노래는 재즈의 자유를 이해하고 있었다.
‘댄서의 순정’, ‘열아홉 순정’, ‘님은 먼곳에’ 등 그의 인기 리메이크 곡이 흐른 뒤 공연의 대미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고 박인수를 기리며 부른 ‘봄비’, 그리고 마지막 ‘아리랑’으로 이어졌다. 소리꾼과 멀리 캐나다에서 온 연주자들이 함께 만든 ‘아리랑’의 선율은 낯설지만 아름다웠다.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했다. 언어도, 국경도 음악 앞에서는 의미를 잃었다. “나라와 언어는 달라도 음악으로 이렇게 하나가 된다는 건 신기한 일입니다. 올해가 캐나다와 우리가 수교한 지 62주년이라더군요.” 그의 말처럼 무대는 두 문화가 하나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이날 필립 라포르튠 주한 캐나다 대사가 가족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 말미에 그는 목욕탕에서 만난 노인 이야기를 꺼냈다. “아침에 일어나도 할 게 없다는 그분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뭔가 일을 만들어야지요. 그래야 삶이 달라집니다.” 끝없이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비쳤다.
“저는 아직 된장입니다. 숙성 중이에요.” 장사익은 마지막 말을 남기고 무대를 내려왔다. 두루마기를 벗고 재즈를 입은 그의 ‘엉뚱한 길’은 결국 인생의 또 다른 무대였다. 낯설지만, 그래서 더 강렬하고 감동적이었다.
서울에서 시작된 이번 공연은 21일 대구 천마아트센터, 23일 경기 안산 안산문화예술의전당, 25일 부산 영화의전당 루프씨어터로 이어진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단독] 대한체육회 공정위, 이르면 20일 배재고 재심 논의할 듯](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0709/53_17835847320415_20260709503238.webp)

























![<font color="#FF4000">[단독] </font>“순위 밀리면 운임 깎인다”…배달라이더 위험 내모는 ‘등급제’](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42/565/imgdb/child/2026/0717/53_17842379377622_20260716503890.webp)






![일제 잔재에 비문투성이 6법 확 뜯어고쳐야 나라가 바로 선다<font color="#00b8b1"> [.txt]</font>](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717/53_17842420984628_20260716503868.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