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쟁 당시 서울 덕수궁 경내에서 미군이 가져간 것으로 전해지는 조선왕실 소장품 추정 유물 130여점이 최근 미국의 한 고미술품 경매에 무더기 출품돼 한국과 미국 정부가 경위를 조사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매에 나온 유물은 주로 장신구와 도자기, 가구류 등이나, 구한말 대한제국 지폐를 찍던 원판 등 역사적 가치가 높은 유물도 포함돼 있어 유출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환수 여부를 놓고 외교적 논란이 일 전망이다.
27일 문화재청과 문화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화재청은 지난 4월 초 미국 미시간주 옥스퍼드에서 열린 한 고미술 경매에 ‘1951년 서울 덕수궁에서 가져왔다’고 소개된 조선왕실 유물 130여점이 출품된 사실을 최근 주한 미국대사관으로부터 통보받았다. 미국대사관 쪽은 문화재청에 유물 감정도 함께 의뢰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4월 말 전문가들과 화의를 열어 경매 목록에 나온 유물 사진을 감정한 뒤 최근 미국대사관 쪽에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영근 문화재청 문화재활용국장은 “주로 청나라 때 공예품으로 수준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환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물들도 섞여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필요하면 현지 조사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 경매 유물에 대한 감정을 우리 정부에 요청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또 문화재청이 전문가 감정 소견을 모아 외부 기관에 통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겨레>가 문제의 경매사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한 결과, 출품 유물에는 라이어넬 헤이스라는 미군 해병대 장교가 덕수궁에서 북한·중국군 부대를 격퇴한 뒤 경내에서 가지고 나온 것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유물 사진을 살펴본 국내 전문가들은 대한제국 지폐인 호조태환권 10냥짜리 원판의 경우 현재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구한말 지폐 원판 실물이어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분석했다.
경매에 나온 유물들은 상당수가 낙찰됐으며, 호조태환권 원판은 한 재미동포 수집가가 사들여 최근 동포 언론에 실물이 공개되기도 했다. 감정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덕수궁 소장품 여부를 가리기 위해 국내 전문가들이 실제 유물을 감정하고 유출, 출품 경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한 미국대사관 쪽은 “현지에서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국과 주미 한국대사관이 함께 조사중”이라며 “더이상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