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태석 극단 ‘목화’서 출발…변화무쌍 추구
지난해 ‘세븐 데이즈’로 남우조연상 첫 수상
“작품마다 새로 태어날 수 있어 영화가 좋아”
“대~기만성이죠. 20년 걸렸어요.”
배우 박희순(39)은 ‘대’자를 길게 늘여 발음했다. 지난해 말, 그는 연기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상을 탔다. 영화 <세븐 데이즈>로 대한민국 영화대상과 청룡영화제의 남우조연상을 거푸 받았다. 연극계의 거목 오태석(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이끄는 극단 목화에서 12년, 그리고 영화로 넘어와 맨땅을 구른 지 8년 만이었다. 그는 “그동안 연기 못한다는 소리는 안 들어봤는데 이상하게 상복이 없었다”며 “남들은 상을 받으면 어깨가 무겁다고 하는데, 나는 상을 받고 나니 오히려 무거운 짐을 벗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새 영화 <작전>을 보면 그의 자신감이 어디서 오는지 확인할 수 있다. 조폭 출신으로, 돈과 권력을 모두 가진 진정한 1%가 되고자 주가조작의 세계에 뛰어든 황종구로 분한 그는 극의 전반을 장악하고 강약을 조절하며 영화를 끌어간다. 그가 등장하는 장면에선 웃음이 터지거나 긴장감이 높아지거나 둘 중의 하나다.
“(작전 세력을) 모으는 구실이니까 재미있게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강현수(박용하)나 유서연(김민정)이 정적으로 흘러간다 싶으면 시나리오보다 좀더 강하게 나갔어요. (오버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걸 알지만, 작품 전체의 긴장감을 생각했죠.”
애드리브가 많았던 것도 그래서다. “여러 사람이 한군데 모이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에 군데군데 틈이 많이 생겼는데”, 그의 순발력이 틈을 메웠다.
박희순이 배우가 된 과정은 불가사의하다. 내성적인 아이였는데 무대에 서서 박수를 받는 건 무조건 좋아했다고 한다. 평소엔 아이들 앞에서 말도 잘 못했지만, 학예회 때 연극할 사람 손들라고 하면 “나도 모르게 손을 들었다.” 내성적인 성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제가 진짜 낯을 가리거든요. 낯선 사람이 절반일 땐 3~4시간 동안 한 마디도 안 하고 앉아 있기도 해요. 영화가 너무 좋은 건, 작품마다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는 유난히 새로움을 중시한다. 새로운 장르,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캐릭터…. 평생을 존경하는 선생님(오태석)을 떠나 영화로 옮긴 것도 “정해진 틀 안에 갇히기 싫어서”였다. 그의 마지막 연극 출연작은 최근 세계 공연 축제로부터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는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2000년 공연 당시 그는 로미오(꽁지머리) 역을 맡았다.
따지고 보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버릇도 스승 오태석이 가르쳤다. 그는 공연할 때마다 달라져야 한다고, 더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연 시작 2분 전에도 대본을 바꾸기 일쑤였다.
“변화무쌍함이 좋아요. 지금까지 했던 역들과는 또다른 도전과 모험을 하고 싶어요. 제 실제 생활에서는 모험이라고는 전혀 없으니까요.”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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