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심사위원장 제안 전화를 받았을 때는 5분 정도 고민을 했습니다. 아내는 제가 심사에 참여했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걸 알아서 가지 말자고 했죠.”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위원장 제안을 받았을 때 소감을 밝혔다. 12일 저녁(현지시각) 칸 팔레드페스티벌에서 열린 경쟁 부문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은 “돌이켜 생각해보면 칸영화제에 초대도, 상도 여러번 받으며 많은 선물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봉사할 때가 됐다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2017년에 심사에 참여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과 좋은 추억을 쌓았고, 이번에도 훌륭한 심사위원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수락 이유를 밝혔다. 박 감독은 2017년 알모도바르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제70회 행사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박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로 처음 칸 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이후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박 감독은 “2004년 칸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한국 영화는 가끔씩만 소개되는 형편이었는데, 불과 20년 지나서 한국은 더 이상 영화의 변방 국가가 아니게 됐다”고 소회를 털어놓으며 “한국 영화가 잘해서 중심에 진입한 게 아니라 영화의 중심 자체가 확장되면서 더 많은 나라의 다양한 영화들을 포용하게 된 결과”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한국의 좋은 영화가 3편이나 칸에서 소개되지만, (심사 과정에서) 한국 영화에 더 점수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박 감독은 가자지구 사태,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등 국제 정세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정치와 예술의 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치와 예술을 대립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라면서 “정치적 주장을 담고 있다고 예술의 적이라고 인식돼서는 안 되고, 정치적 주장이 없다는 이유로 영화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아무리 훌륭한 정치적 주장을 말하더라고 예술적 성취가 없으면 프로파간다에 불과하고, 예술적으로 주장된다면 경청의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심사 기준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는 동안은 순수한 관객의 입장에서 고정관념 없이 설레는 마음만으로 보겠지만, 심사 회의를 할 때는 전문가로서 평가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영화제 시상 제도에 대해서는 “등수를 매기는 게 무의미한 거 같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을 영화의 가치를 찾아내고 주의를 끄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의미 부여를 했다.
이날 회견에는 배우 데미 무어와 스텔란 스카르스고르드, 감독 클로이 자오, 각본가 폴 래버티 등 경쟁 부문 심사위원단이 함께 참석했다. 박 감독이 이끄는 심사위원단의 심사 결과는 23일 폐막식에서 공개된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