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mitar Belchev on Unsplash
Dimitar Belchev on Unsplash
광고

‘케이팝 사랑과 탈출사이’는 케이팝을 둘러싼 여러 문제의식을 나누고 또 동시에 다양한 사랑의 모양을 고민해 보는 연재입니다. 각 회차마다 필자들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독자의 응답을 3∼4주에 1회 꼴로 공개합니다. 칼럼은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https://www.hani.co.kr/arti/SERIES/3268) 코너에서 로그인한 뒤 만날 수 있습니다. 독자의 다양한 의견을 읽고, 관심있는 회차의 칼럼을 직접 만나보세요.

8회: 케이팝 공연장에서 응원봉 없이 응원할 수 있을까

“팬 활동으로 어떤 경제적 가치가 발생하나요. 또 팬은 그 결과를 정당하게 공유받고 있나요?”

오늘은 두 가지를 답하고 싶습니다.

1. 응원봉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자면 저는 2023년 9월부터 데이식스를 응원하는 마이데이로 지내고 있지만 흔히 말하는 ‘마데워치'(데이식스 응원봉)를 소장하고 있진 않습니다. 물론 공연장에 가면 반짝반짝 빛나는 마데워치가 예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치만 마음 한 쪽에서는 내가 만약 탈덕하고 나면 ‘저것들(마데워치 포함한 모든 굿즈)은 다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자꾸만 구매를 망설이고 있는데요.

오늘 기사에서 제 마음과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다뤄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이 문제는 제가 이 장르를 탈덕하는 그 날까지 계속될 것 같아요. 단순히 물질적인 상품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할 때 걸림돌이 되거나 ‘나만 없는 것’이라는 소외감을 느끼지 않게 K-POP 산업 종사자 모두가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2. 오늘 기사에서 마지막으로 주신 질문에 답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누군가의 팬 활동을 많이 하면서 제가 요즘 들어 누누이 이야기 하고 있는 말인데 저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세상이 넓어진다”는 말을 참 좋아해요. 데이식스를 좋아하면서 베이스와 드럼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영케이가 쓰는 가사가 심장을 때려서 작사라는 분야에 살짝 발을 담가보기도 했습니다. 역설적으로 가사쓰기를 배우면서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가수 뿐만 아니라 그들을 빛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작사가, 작곡가, A&R분들의 노고를 더 깊게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충분히 비춰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요.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걸 이해하라는 식의 기획사들의 성의없는 팬클럽 키트나 굿즈(MD)는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채현)

9회: ‘최애’와 ‘팬덤’ 너머…‘자본가’들의 케이팝이 말하지 않는 것

“‘소비’와 ‘노동’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운 ‘덕질’이 가능하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광고

(아티스트와 주고 받는 모바일 메신저 앱인) ‘프*,버*’을 구독하고 있는데 이런 주제로 기사가 올라와서 정말 반가웠어요. 데이식스에서는 딱 한 명의 멤버만 ‘버*’로 소통하고 있거든요. 고시생이라는 이유로 거의 모든 어플의 알람을끄고 생활 중인데 새벽에 오는 멤버 때문에 자고 일어나서 어플을 켜봅니다. 메세지가 오지 않았으면 괜히 마지막으로 온 메시지의 날짜를 살펴보고 소위 말하는 ‘현타’가 옵니다. ‘돈값’이라는 걸 따지는 저를 보면 ‘팬’이라는 이름 아래 못할 짓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저를 검열하게 됩니다. 얼마 전 팬덤 안에서 다른 멤버에게 ‘버*’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다른 팬을 보면서 ‘안 한다고 했는데 왜 저럴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복잡한 마음이에요. 극단적으로 가정해서 소비와 노동이 사라진다면 아마 이 케이팝 업계는 와르르 무너질거고 저는 취미와 꿈을 잃게 되겠죠. (채현)

10회: 나는 왜 ‘최애’의 팬 사인회에서 괴로웠나

“팬 사인회에서 ‘현타’ 온 경험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경험이었나요?”

‘최애’를 상품으로 만드는 시스템으로부터 근본적으로 구해줄 수는 없으니 그나마 ‘친절한 손님’인 내가 자리를 채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안 가도 그 자리는 다른 누군가 분명 채울텐데, 내가 그 사람보다 멤버를 더 기쁘게 해줄 수 있고 덜 힘들게 해줄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아요. 나는 좋은 말을 해주고,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팬이 더 많이 생기도록 예쁜 사진과 영상을 찍어주니까….

‘보상’(추가적인 서비스)을 바라지 않는 것까지가 좋은 손님의 완성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지만 ‘정말로 하나도 돌아오지 않는다’면 지속되기 어려웠겠죠. ‘팬싸’(팬사인회)에 ‘공방’(공개방송)에 지방행사에 ‘올출’(전부 출석하는 것)하고 멤버가 나를 기억하고 다른 수많은 ‘겹최애’ 팬들보다 특별하게 여겨주고…종래에는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 정말로 ‘아는 사이’라는 느낌마저 들었어요. 규모가 아주 큰 팬덤이 아니기도 했고요.

그런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잠시 안 가게 되었는데, 정말 그걸로 끝이더라고요. 너무 당연하지만요. 워낙 많이 보았으니 멤버와 저 사이에 인간적 유대감은 실제로 어느 정도 있었다고 믿지만 그게 내게 어떤, 예를 들면 진짜 ‘아는 사람’이 될, 권한을 주진 않는다는 것, 그걸 새삼 직접 경험으로 겪으니 복잡한 심경이 따라오더라고요.

하지만 돌이켜보자면 애초에 ‘손님’으로서 참여한 활동이었으니 사장님이 가게를 접거나, 내가 이사를 가거나, 그냥 이렇게 발길을 끊으면 마주칠 일이 없는 건 당연하겠죠.

상품화 된 만남 속에서도 ‘관계’나 ‘소통’이라는 게 실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결국은 마음이란 건 이 시스템 속에서는 가치가 없다는 걸 배운 것 같아요. (00)

‘영통 팬싸’(영상통화 팬사인회)하고 ‘현타’와서 탈덕했어요. 2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최애의 재롱(?) 또는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빠르고 초조해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해주세요” 요구했는데요. 최애가 부끄러워하면서 행동을 하지 않아서 시간이 흘러갔고 저는 최애의 행동을 못 봤으니까 돈이 아깝게 느껴졌어요…‘팬싸’하는 아이돌들 보면 감정노동이 고되겠다 싶으면서도 상품의 하나니까 내가 돈을 지불한 만큼 뭐가 없어서 기분이 안 좋기도 하고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불쾌하고, 케이팝 산업의 유해함이 너무 느껴져서 탈덕했어요. (숭)

오늘은 왠지 질문이 두 개인 느낌이 들어서 기사의 초반부에 이야기 하셨던 ‘연예인들의 강박적인 다이어트와 영상에 예쁘게 나온다’는 것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 하고 싶어요!

제 개인적인 키와 몸무게를 살짝 밝히면 167cm에 46∼48kg을 왔다갔다 하는 몸입니다. 주변에서는 너무 말랐다고 살 좀 찌우라고 하는 그런 몸무게인데요. 매일 샤워를 하면서 바라보는 제 몸이 ‘예쁘다’라는 생각은 자주 들지 않습니다. 대신 툭 튀어나온 뱃살이 좀 더 많이 들어 갔으면 좋겠고, 마르고 길다는 여자연예인들을 보면서 ‘왜 나는 저런 몸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며 우울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제가 좋아하는 밴드의 멤버가 한창 좋아하던 때의 날렵한 턱선이 아니라, 둥글둥글하고 편안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 콘서트장에 나타나면 ‘자기관리를 안 하나?’싶은 생각이 들어 이중적인 제 자신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해요.

미디어에서 보이는 모습이 다가 아니고, 연예인은 하나의 직업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제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생각을 늘 고치려고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응원을 받고 있는 스타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어떠한 형태로 응원하는 팬들도 모두 행복하고 즐거운 덕질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채현)

11회: ‘소비자’가 아닌 팬으로, 나의 최애를 어떻게 사랑할까

“자본주의 바깥에서 아이돌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최애의 무대와 음악에서 출발한 창작물이 창작자로서의 스스로를 돕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저의 최애도 소개해봅니다.

https://www.postype.com/@lttlbylttl/series/1188885 (차차)

오늘 기사를 써 주신 아밀님과는 약간 결이 다르지만 저는 2023년쯤 데이식스에 입덕하게 되면서 잠시 작사에 발을 담궜던 적이 있습니다. 영케이를 좋아하게 되면서 인터뷰 기사, 무대 영상 등을 섭렵하다가 그 사람이 작사와 작곡을 도맡고 있는 멀티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마침 sns로 기초 작사 커리큘럼을 모집하고 있던 모 학원의 공고를 보았고 뭐에 홀린듯이 접수 한 후 12주 간의 강의를 들으며 과제를 제출했습니다. 첫 주 자기소개서에도 마이데이임을 숨기지 않았고 2주차 과제곡이 데이식스의 ‘좀비’ 영어 버전이라서 신나게 제출하고 당시 영케이가 진행하던 라디오에 문자를 보냈던 기억도 나네요! 지금은 작사보다 더 중요한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서 잠시 소강 상태이지만 그 일이 끝나면 바로 지금 쓰고 있는 가명으로 작사에 다시 도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베이스 기타를 꼭 배우고 싶습니다. (채현)

12회: ‘천사’도 노조가 필요한가요?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작업물과 이를 함께 만든 스태프들의 이름을 알려주세요. 그들이 한 다른 작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세요.”

광고
광고

질문을 받아보고 제가 가지고 있던 앨범과 잡지를 뒤적이다가 답변이 늦어졌네요. 앨범으로 보면 항상 총괄 프로듀서로 박진영씨가 있거나 정욱씨가 있습니다. 혹은 종종 앨범작업을 같이 하시는 심은지씨와 ‘홍지상 건강해’의 그 홍지상씨도 보여요 제가 이 그룹을 사랑하는 동안은 계속 만나게 될텐데 모쪼록 제가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주아주 오래가길 바라요. (채현)

13회: 미션: ‘천사’를 인간으로 되돌리기

“여러분의 대안적인 사랑을 알려주세요.”

일단 이 기사에 꼬박꼬박 의견을 남기는 것이 첫번째이고 두번째는 혹시나 오프라인에서 전달될 수 있다면 꼬박꼬박 편지를 써서 ‘아티스트와 내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구구절절히 소식을 남깁니다. SNS를 통해 질문이 들어오면 혹여 채택되지 않더라도 질문을 남겨요. 마지막으로는 조금 먼 미래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들이 팬들을 위해 노래할 수 있게 가사를 남길 겁니다. (채현)

14회: 굿즈로 가득한 사랑, 이것 뭐예요?

“탈덕 후에 버리지 못했던 물건에 대해 이야기 나눠주세요. 무엇이었고, 왜 버리지 않으셨나요.”

칼럼에 써 주신것처럼 저도 언젠가부터 앨범은 딱 한 장, 포토카드는 트위터에서 교환하거나 최애가 집을 잘 찾아오길 기도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그렇게 교환한 최애의 포토카드를 타이베이 한복판에서 잃어버리고 혼자만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는건 비밀 아닌 비밀입니다.

수많은 그룹에 입덕하거나 탈덕하면서 남은 건 역시 콘서트 티켓 뿐입니다. 지류 티켓은 봉투에 담겨 있고 카드형 티켓은 지갑에 담겨 저와 매일을 함께하고 있어요.

사실 오늘 이 칼럼을 보고 비공식 굿즈 중 하나인 ‘팬메이드’ 인형을 사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나의 최애는 계속 활동을 할 테지만 그에 대한 저의 사랑이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인형을 샀다가 좋아하지 않는 날이 다가오면 영영 후회하게 될 것 같아서요. 죽비 같은 기사 감사드립니다. (채현)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어떤 형태의 사랑을 하고 계신가요? 언제든 다음 링크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남겨주세요. ▶응답하러 가기

정리·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여기, 케이팝과 함께 자란 이들이 있다. ‘최애’가 몇 번 바뀌는 동안 케이팝은 세계 음악 시장을 흔드는 장르가 되었고 국익을 거론하는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장밋빛 전망’만 가득할까? 물음표가 남는다. 기획사는 수익에만 매달리고, 팬덤은 덕질을 가장한 노동으로 지쳐간다. 사건사고도 반복된다. ‘케이팝, 사랑과 탈출 사이’는 케이팝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대안을 함께 고민한다.

*‘케이팝, 사랑과 탈출 사이’는 ‘케이팝 하는 여자들’과 ‘들불’, 한겨레가 공동 기획한 연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