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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저녁, 공연장 앞에서 떨고 있었다. 손에 넣은 티켓은 지인의 지인이 정가에 넘겨준 것이었다. 사정상 공연을 못 보게 됐지만, 취소했을 때 ‘업자’가 표를 가져가는 건 원치 않아서라고 했다. 공연장 입구에서 티켓을 품은 채 마스크를 눈밑까지 바짝 끌어올렸다. 입장 과정에서 신분증을 보며 본인이 맞느냐며 물을 때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니까. 긴장과 초조의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 공연을 보지 못하면 내가 굳어버릴 것 같았다.
그 기묘했던 감정은 말하기 어려웠다. 들킬까 불안했지만 무사히 통과하면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 본인 확인 때 의심받지 않은채 입장한 뒤에야 겨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렇게 뒤섞인 마음은 시시콜콜한 감정을 기록하는 SNS 팬 계정에도 쓸 수 없었다. 그건 말해선 안 되는 경험이고 감정이니까. 단지 그 때의 공연 사진만이 남았을 뿐이다.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본인 확인을 강화한 주최 쪽을? 인기에 비해 적은 좌석을 보유한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하고 싶었다는 가수를? 티켓팅에 실패해 이렇게까지 조마조마해야 하는 나 자신에게 가장 짜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