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비 작가. 작가 제공
꼬마비 작가.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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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9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은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의 힘을 보여줬다. 주제 의식부터 사건까지 2010년 동명 웹툰에서 그대로 가져왔는데도 ‘옛이야기’가 이질감 없이 스며든 것이다. 달리 말하면 14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는 의미다. 일상의 폭력이 난무하고 누구나 죄를 짓고 그 죄를 벌주는 게 죄인지 아닌지 모호한 상황에 우리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살인자ㅇ난감’ 웹툰을 그리고 쓴 꼬마비 작가는 4일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듣기만 해도 끔찍한 사건은 계속 일어나고 주변에선 불행한 일만 반복되는 기분이 드는 등 세상은 그대로라고 느껴지는 지점은 많다”며 “하지만 작은 변화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분명 옳은 방향으로 아주 천천히 바뀌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살인자ㅇ난감’은 꼬마비 작가가 중학교 시절 “무슨 짓을 해도 걸리지 않는 인물”을 구상한 것이 시작이다. 늘 머릿속 한구석을 차지하던 이야기를 구체화해 2010년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했다. 2010년 일찌감치 영상화 판권이 팔렸을 정도로 주인공 이탕이 감각으로 범죄자를 찾아내어 단죄하는 설정이 화제를 모았다. 14년 만에 드라마로 탄생한 이탕은 공권력이 땅에 떨어진 시대와 맞물려 과거보다 그의 행위에 대한 의미 부여가 더욱 활발해졌다. 작가는 “해결해 주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마음을 반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하지만 이탕을 영웅으로 설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탕의 능력은 축복이 아닌 저주라고 생각해요. 보는 이들은 통쾌할지 몰라도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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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ㅇ난감’. 네이버웹툰 갈무리
‘살인자ㅇ난감’. 네이버웹툰 갈무리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이런 사람이 있고 이런 짓을 저질렀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는 작가는 손님이 와도 거들떠 보지 않는 꽃집 아주머니 등 일상에 만연한 폭력을 담아낸다. 작가는 “100% 무결한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며 “아이러니로 현실을 표현하는 쪽에 흥미가 많아 나오는 장면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답답한 사회가 변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작가는 작품 곳곳에 녹여 놓았다. 이탕이 정치판을 욕하며 “내가 말한 사람들 어떻게 안 되느냐”고 묻는 노빈한테 “투표나 제대로 하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탕이 살인자인지 영웅인지는 “독자의 몫”으로 남겨뒀지만, 죄를 지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마음은 읽힌다. 웹툰은 드라마와 달리 이탕의 죄가 드러난다. 그는 노빈의 신분으로 일본에서 숨어 산다. 작가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형벌로 생각했다. 원작에서 이탕은 죽어 없어진 인물이고 스스로 마음을 고쳐먹지 않는 한 자신이 속했던 세상에 돌아올 수 없다. 유일하게 진실을 알고 있는 장난감 형사도 이탕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드라마에서는 무죄를 선고받고 시즌2 여지를 남겨뒀다. 그는 드라마를 보고 혼자서 다음 시즌을 상상해봤다고 한다. 그가 상상한 힌트는 이렇다. “이탕은 ‘아직’ 영웅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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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ㅇ난감’. 넷플릭스 제공
‘살인자ㅇ난감’. 넷플릭스 제공

꼬마비 작가는 2003년 일상 웹툰 ‘꼬마비 그림일기’로 데뷔했다. 2010년 ‘살인자ㅇ난감’으로 주목받았고 2011년 ‘에스라인’부터 지난해 ‘이종 격투기’까지 거의 매년 새 작품을 선보이며 꾸준히 활동했다. 그는 “늦은 나이에 데뷔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쌓였던 거 같다”고 한다. 네컷 형식의 압축된 이야기와 단순한 그림체가 “정체성”인데 작명은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이탕은 지금은 쓰지 않는 고어로 자기 마음대로 하는 바를 뜻하고, 송촌은 일본 배우 키타노 타케시의 성대모사로 유명한 개그맨 마츠무라 쿠니히로의 성을 한글로 읽은 것”이라고 한다.

‘살인자ㅇ난감’ 제목도 장난감 형사의 마지막 행동이 이해하기 어렵다면 ‘살인자 난감’, 탕이의 무차별적, 노빈의 무법적 행위에 감화되었다면 ‘살인 장난감’, 송촌의 사연에 마음이 움직였다면 ‘살인자의 난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오롯이 시청자로서 드라마를 본 그가 떠올린 제목은 “살인자 or 난감”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